"인권의식 높아졌지만 자기 권리 찾기 급급갈등 더 심각해져"

 

"개인의 인권 의식은 높아졌지만 대부분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기보다는 각자 자기의 권리를 찾는 데만 급급한 듯하다인권 의식은 올라가는데 사회적 갈등은 오히려 더 심각해지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유엔 시민적·정치적권리위원회(자유권위원회첫 한국인 위원이자 인권전문가인 서창록(61)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신간 '그래도 나아간다는 믿음'에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우리 사회를 이렇게 진단한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경험담을 담은 책 '나는 감염되었다'에서 인간다움과 인권을 언급해 주목을 받은 서 교수는 이번 책에서는 범위를 넓혀 일상 속 36가지 단상을 인권과 연결해 설명한다.

 

그의 관심사는 개인 권리의 자각이 사회적 갈등과 분열로 향하지 않고 모두의 인권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개인에 한정한 좁은 인권의 개념에서 벗어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배려한다면 개인도 더 큰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서 교수의 생각이다.

 

서 교수는 특히 디지털 시대의 인권 문제는 나와 남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정신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디지a털 기술로 인한 급격한 변화는 인류사회에 큰 혜택을 가져올 수도 있고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크게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권 침해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진지한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책은 국민의 법 감정과 맞지 않는 판결이 보도되면 '인공지능(AI) 판사를 도입하라'는 댓글이 달리는 경우를 소개하며 AI와 알고리즘 등의 첨단기술이 사법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미국 법원에서 사용하는 양형 정보 판단 시스템 AI '컴파스'의 예를 들며 사전 감시와 범죄 억제를 위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한다.

 

또 2016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AI 채팅봇 '테이'가 인종 차별 등 발언을 하면서 16시간 만에 서비스가 중단되고, 2020년 12월 AI 국내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출시한 '이루다'가 성희롱 논란 속에 3주 만에 잠정 운영 중단된 사례도 언급한다. "AI가 사람들의 편견을 학습하고 이를 확산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AI가 인간보다 편견 없는 공정한 판단을 내릴 것 같지만 AI가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따라 매우 불공정하고 차별적 결과를 낼 수 있다"며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성급한 기술낙관론을 경계하고우리 안의 차별과 편견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북한 인권난민반일 감정기업과 인권기후변화와 인권 등에 관한 서 교수의 생각도 담겼다유엔인권이사회에서 자문위원회 위원개인진정실무그룹 의장 등으로 활동하며 유엔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던 일화들도 포함됐다그는 "인권을 하루아침에 개선할 수 없다인권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뜻이 모여 증진된다"고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코로나19, 기후 위기 등 지금은 대변혁의 시기다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금 일어나는 변화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나와 이웃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지미래에 인간의 존엄은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지금 여기 있는 것들그 너머의 인권을 상상해야 할 때다."

 

 

[연합뉴스, 2022-06-17]

https://www.yna.co.kr/view/AKR202206170561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