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역대 최대 세 번째 인상 폭

-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소장

한·미 간 갈등 요소였던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SMA)'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지만 졸속협상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첫해 '13% 인상안'의 큰 틀은 공감대를 이뤘지만 '6년 다년 협상'이 국방비와 연동되는 점이 변수가 됐다. 연간 방위비 인상률을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시키면 매년 높은 수준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조 바이든 정부와 협상했지만, 사실상 도널드 드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50% 인상' 고지서를 받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10일 영상자료를 통해 "올해 방위비 인상률은 13.9% 인상한 1조1833억"이라며 "협상은 2020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총 6년까지 유효한 다년도 협정"이라고 밝혔다. 정 대사는 "총 6년 계약으로 ‘협정 공백’ 상황이던 2020년 방위비분담금은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됐다"며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과 한국인 근로자의 안정적 고용에 기여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은 연도별 인상률이 핵심이다. 양측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 증가율에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시키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국방부가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국방비 증가율은 평균 6.1%다. 이번 정부는 2018년 7.0%, 2019년 8.2%, 2020년 7.4% 국방비를 인상한 바 있다. 국방비를 기준으로 방위비를 인상하면, 올해는 1조389억원 대비 1444억원(13.9%) 늘어난 금액을 지불하지만, 2025년에는 방위비가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의 '5배 인상안'보다는 낮지만, 연간 인상률이 방위비와 연동되면서 역대 최대 인상폭이 불가피해진다.

또한 방위비분담금의 연간 상승률 상한 규정을 없앤 점도 논란이다. 2014년 체결된 9차 방위비분담금협정은 연간 상승률이 4%를 넘지 않도록 하는 상한 규정을 뒀다. 이번 협상에서도 4~5%의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정부는 "국방비 증가율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앞으로 5~6년은 중요한 시기"라며 "국력에 맞는 동맹 관계를 추구해야 했기 때문에 국방비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방비 증가율은 우리의 재정수준과 국방능력을 반영하고 있다"며 "국방비는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고 국민 누구나 명확하게 확인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분담금 협상의 한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었지만, 돌연 인상안을 뒤집을 카드가 없는 상황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워낙 트럼프 때 실무 협상단 간 13.9%로 합의해서 현실적으로 낮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아예 아무것도 없었던 상태에서 협상했으면 가능했을 텐데 양국 정상에게 승인받는 수준만 남기고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낮춰서 협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건비 하한선을 확대하는 등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과도한 인상이라고 해도 인상종목이 중요한 것"이라며 "무기구매 의무는 없었고, 인건비 배정 비율의 하한선을 기존 75%에서 87%까지 확대했고, 이 가운데 85%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책임감 있는 방위비 분담과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명분을 마련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워낙 트럼프 정부 때 올려놔서 더 낮추기는 어려웠겠지만, 방위비 인상률에 전작권 전환이나 대북제재 등에 대한 논의도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높은 방위비 분담률이 오히려 향후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구할 명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주경제, 2021-03-11]
https://www.ajunews.com/view/20210310154630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