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고단계 이른 北 도발… ‘제한적 전술동맹’으로 추락한 韓美관계 복원 시급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북한이 25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의 도발이 최고단계에 이른 상태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후퇴하고 있어 그 복원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미 외교·국방 장관(2+2)회담은 양국 관계가 ‘동맹의 강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동맹의 약화’ 쪽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2+2 회담은 현안 논의보다는 전략 협의를 위한 만남이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인도와 같은 소수 핵심 동맹국이나 파트너국과 2+2 회담을 운용한다. 지난 18일 개최된 한·미 2+2 회담은 매우 뜻깊은 만남이었다. 2016년 10월 양국 간 2+2 회담이 출범한 지 5년 만에 개최됐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57일 만에 한·미 외교·안보 수장이 동시에 회합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러나 외향적 화려함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한·미 2+2 회담은 두 나라가 ‘포괄적 전략동맹’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과 중국을 의식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막혀 공동의 위협 인식도, 정책적 우선순위 조정도, 역내 문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도 하지 못하는 ‘제한적 전술동맹’에 빠진 상태다.

2+2 회담에서 전략 협의가 이뤄졌는지를 평가하려면 3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동맹국으로서 위협 인식을 공유해야 하고, 둘째 정책적 우선순위의 차이를 조정하거나 좁힐 수 있어야 하며, 셋째 (양자 관계를 넘어) 역내 외교·경제·안보·군사적 이해관계를 포괄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한·미 양국에 대한 위협은 북한에서 온다. 그런데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서 오는 위협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미 2+2 공동성명을 보면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돼 있다. 이는 미·일 2+2 공동발표문에 “북한의 군비가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임을 인식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북한의 비핵화’가 명기된 것과 대비된다.

북한이 가하는 위협의 핵심은 핵무기 개발이고, 한·미 동맹이 작동하는 이유는 이에 대처하고 궁극적으로 핵 폐기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미·일 공동발표문과는 달리 한·미 공동성명에 ‘북한의 비핵화’가 빠진 것은 위협 인식의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문제’로 인식할지는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위협을 제거하겠다는 인식에까지 연결돼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한·미 공조의 목표가 없는 것이고, 한·미 간 위협 인식이 공유되지 않은 것이다.

한·미 공동성명은 또 “한·미는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 양국 장관들은 이런 문제들이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하에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데 ‘완전한 비핵화’를 뺀 상태에서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을 강조한 것은 문 정부의 대북 전략이 미 바이든 행정부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드러낸 대목이다.

결국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있어 한국의 정책적 우선순위는 ‘비핵화’가 아니라 ‘대북관계 개선’이라는 얘기고, 반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즉 대북 제재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조정해 조율된 대북전략을 펴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일 2+2 회담과 한·미 2+2 회담에서 함께 발견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북한의 위협 대처와 한·미·일 협력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미·일 공동발표문은 “일본, 미국 및 한국 3국 간 협력은 우리가 공유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평화·번영에 불가결하다”고 해 3국 협력을 대북정책에만 국한하는 것을 넘어 인·태 지역의 안전과 연결했다. 한·미 공동성명은 “양국 장관들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3국 협력이 무엇을 위해 중요한지를 모호하게 기술했다. 대북정책이나 인·태 지역 질서와의 연결 고리를 모두 차단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전략 협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포괄적 접근은 한·미 간에 이뤄질 수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미 상호 간 대북정책을 조율하겠다는 것이고, 한·미·일 협력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중요한 것이며, 한·미 동맹이나 3국 협력은 미국의 인·태 전략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중국을 의식해 한·미 동맹은 오로지 ‘북한용’이고 중국과는 상관이 없다는 인상을 주려고 문 정부가 무척 애를 쓴 결과로 보인다.

미·일 공동발표문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중심성과 일체성 및 ‘인·태에 관한 아세안의 관점(AOIP)’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면서 아세안과 협력할 것을 서약했다”고 적었다. 미·중 전략경쟁이 벌어지는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동남아 지역에서 미·일이 아세안과 협력한다고 명확히 기술한 것이다.

반면 한·미 공동성명은 “한국의 신남방정책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 지역을 만들기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간다는 결의를 재강조했다”고 표현해 또다시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반영했다. 한·미가 아세안과 협력한다는 표현 대신 신남방정책과의 연계 협력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고집해 미국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AOIP는 인·태 지역에서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 아세안 중심성, 국제법에 대한 존중 등 아세안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AOIP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고) 문 정부 초기부터 써온 ‘신남방정책과의 연계성’을 또다시 명기함으로써 전략적 사고의 극심한 정체를 보여줬다.

문 정부는 한·미 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규정해 왔다. 국제사회는 이를 한·미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제를 핵심으로 하되, 역내 안전과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포괄적 협력을 한다는 취지로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 2+2 회담 결과를 보면, 한·미 동맹은 ‘제한적 전술동맹’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2021-03-25]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32501030242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