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케네디 전 대사 “3각 공조 위해 한·일관계 회복 중요...바이든 적극지지”

신각수 前 주일대사, 캐럴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대사,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마이클 그린 CSIS 선임 부소장 겸 아시아·일본 석좌,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15일 열린 '중앙일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2020'에서 캐럴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대사는 한·미·일 3국 공조를 위해선 무엇보다 한·일 관계를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공조 회복의 길'이란 주제로 열린 제3세션에서다.

케럴라인 전 대사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로,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일 대사를 지냈고, 바이든 당선인의 신망도 두텁다. 앞서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도 포럼 개회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부터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일 관계도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한국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

일본과 미국에서 모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한·일은 미국의 동아시아 중요 동맹국으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맞물려있다. 여기서 한·미·일 공조라는 연결고리가 생긴다. 그런데 3국의 국내정치 변화에 따라 3국 관계도 부침을 겪어왔다.

한·미·일 3각 협력은 크게 두 가지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북핵 문제, 또 하나는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에 따른 대처 필요성이다. 과거 경험을 통해 볼 때 3각 협력은 북핵 문제에서 매우 유용한 역할을 했다. 다만, 최근 북·미 협상 등을 보면 3각 협력이 원활하지 못했다. 서울, 도쿄, 워싱턴 간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3각 협력을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캐럴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대사

3국 관계에서 미·일 관계, 한·미 관계보다 한·일 관계가 더 중요하다. 한·일 관계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는 있다.

주일대사를 지냈던 2013년에도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2년간 '한·일 국교 수립 50주년'을 기념하고 한·일간 안보대화를 진행하면서 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2015년 합의를 이뤘다. 이로 인해 한·일이 신뢰를 구축한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한·미·일이 공통의 가치인 법치주의와 평화, 그리고 안보 관계를 기억하면서 3자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미국은 이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 한·미·일 3국 협력은 미국의 주선에 따른 것이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는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촉구한 결과였다.

1990년대 북핵 개발이 본격화하자 미국은 한·미·일 차관보급 협력 체제인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만들었다. 2015년에는 토니 블링컨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현 국무장관 지명자) 주도로 3국 차관급 협력 체제가 탄생했다. 2014년엔 오바마 대통령이 주선해 헤이그에서 3국 정상회담도 열렸다. 한국에 3국 간 협력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야 할 길이다.

위안부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미국이 보이지 않게 역할을 했듯, 이번에도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양국에만 맡기지 말고 물밑에서 나서야 한다. 미국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한·일 정부와 수뇌부에 관계 개선 의향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아시아를 방문해 3국 정상회담을 연다면 한·일간에도 자연스러운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마이클 그린 CSIS 선임 부소장 겸 아시아ㆍ일본 석좌

한·미·일 3각 공조는 4가지 관점에서 중요하다. 첫째, 오늘 당장 북한의 공세를 막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3국 공조 없이는 미사일 능력을 키운 북한을 상대 못 한다. 둘째, 북한을 상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가 생긴다. 북한이 협상에 나오도록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데, 3국 공조가 레버리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중국의 패권적 야심을 막을 수 있다. 3국 관계가 강할수록 중국은 고립되고, 압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끝으로 한·일이 워싱턴에 같은 목소리를 내면 미국이 더 경청할 것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리더십 복원'을 가치로 내걸고 있다. 복원된 리더십과 다자 연대를 통해 가치가 다른 중·러를 견제하려 할 것이다. 그러려면 악화한 한·일 관계를 방치할 수 없다. 양쪽에 관계 개선을 권하겠지만, 한국 측에 좀 더 많은 압박을 하리라 본다.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압박이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한다. 그러면 논란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고, 바이든 정부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다만, 3국 공조의 강도가 올라가고 진전이 되면 한국 입장에선 공조가 갖는 자산적 의미도 있지만, 중국에 대해선 부채적인 의미도 있다. 그래서 공조의 진전 방향이 지나치게 '중국에 집단으로 대항한다(gang up against china)'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조 방향이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한 신질서를 지향하도록 한국이 노력해야 한다.

[중앙일보, 2020-12-15]
https://news.joins.com/article/23946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