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내년 北 ICBM 도발시 바이든 강경 노선 압박...文 정부와 갈등 우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빅터 차 CSIS 선임고문 겸 한국 석좌,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안호영 북한대학원 대학교 총장, 전 주미대사

내년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 시대 한·미동맹의 지형을 논의하기 위해 한·미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5일 JTBC 일산 스튜디오에서 '미국에 동이 트다: 미 대선 후 한미동맹’을 주제로 개최된 중앙일보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주최 포럼에서다.

미측 연사들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첫번째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미 정권교체 시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가 조기에 정책 조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빅터 차 CSIS 선임고문 겸 한국 석좌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간 도전 과제는 단기적으로 북한 문제다. 바이든 정부는 초반 코로나19와 경제회복 등 국내 이슈에 집중하겠지만, 그럼에도 대북정책은 여전히 우선순위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등은 미국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된다.

오바마 정부나 트럼프 정부 초기에 그랬듯, 새로운 행정부를 향해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간 긴밀한 정책 협력이 필요하다.

바이든 정부는 당근과 채찍(incentives and disincentives)의 적절한 조합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정치적 관계 개선을 하고 이를 비핵화 협상에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전문가들의 협상 과정이다. 트럼프의 협상과도 다르고 이란 핵 협상과도 다를 거다.

장기적 과제로 중국 문제도 한·미 관계에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지정학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북한으로 인해 한·미는 중국에 대한 입장이 같을 수 없다.

지난 4년간 트럼프는 동맹을 짐으로 여겼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미국의 국력을 확장하는 자산으로 본다. 한·미동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재생시킬 것이다. 한·미는 기후변화, 해적 대응, 개발원조, 코로나19 백신의 유통ㆍ분배 등의 분야에서 함께 국제사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이버안보, 우주협력, 국방산업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한·미의 가장 시급한 공동 과제는 북한 도발 억제다. 바이든 당선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앤서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 등 바이든 팀은 북한에 단계적 접근을 열어두면서 중간 단계 합의도 암시했다. 블링컨은 북핵 해법의 모델로 이란 핵합의(JCPOA)를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종전선언 등 급진적인 대북 관여를 밀어붙이고 있고, 워싱턴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내년 ‘화성-16형(북한판 ICBM)’ 실험과 같은 도발을 하게 되면 바이든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채택하라는 압박을 받게 될 거다. 이렇게 되면 한·미간 입장은 더 벌어진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트럼프 정부의 동북아 집단안보체제 구상인) 쿼드 구상을 폐기하지 않을 거라 고 본다. 한국에 쿼드 참여 압박을 하거나, 홍콩ㆍ신장 위구르 등 중국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일 관계에서도 미국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블링컨 지명자는 오바마 정부 국무부 부장관 시절 3국 회담을 만들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려 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강제징용 문제는 풀기 쉽지 않아서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한국의 진보 정부는 미국의 신(新) 정부가 출범할 때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에 초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한국은 내년 바이든 당선인이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 할 때는 역할과 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도 된다.

바이든 정부에선 한국과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문제, 한·미 연합훈련 재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확장 억제력 향상 문제, 주한미군 현안 등에서 긴장이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의 당면 과제는 북핵 문제다. 오바마 때보다 엄중하다. 추세대로라면 바이든 정부 말기 북한의 핵무기는 100개 정도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의 북한에 대한 첫번째 공개 메시지는 원칙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나, 유엔 안보리 결의로 10여년 간 유지해 온 ‘완전하고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 방식 재확인 등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정부가 북핵의 상황 관리에 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주미대사)

한·미동맹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다. 그러려면 상대방에 '해가 되는 일(do no harm)'을 하지 않아야 한다.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는 말이나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일각에서 '외교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외교의 목표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외교의 공간을 위해 안보를 하향 조정하자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발상이다.

한·중 관계와 관련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 등에 있어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엔 의구심을, 중국엔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우리 입지를 좁힌다. 원칙을 갖고 대응해 미국의 신뢰도 잃지 않고 중국에 불필요한 기대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전 외교통상부 차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원칙, 동맹 간엔 신뢰와 새로운 동맹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상상력, 중국이라는 변수를 다뤄나가는 데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로 간에 과도한 기대를 적절히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2020-12-15]
https://news.joins.com/article/23946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