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이든 ‘자유동맹 복원’과 文 역주행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내년 1월 20일이니 3주 앞으로 다가왔다. 한·미 관계는 과연 지난 4년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적성국과 동맹국을 별 구분 없이 대했다면,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표방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확실한 차별화를 구현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28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무역 악습, 기술, 인권에 책임을 지게 하는 방향으로 중국과 경쟁하되,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 및 동맹국과 연합을 구축할 때 우리의 입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적성국과 동맹국의 경계선이 모호할 때 동맹국의 책임도 모호했다면, 그 경계선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선 동맹국이 짊어져야 할 책임도 명확해져야 한다.

역시 한·미 관계의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공동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양국이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보다 (국내 정치 일정을 의식해) 남북한과 미국 정상 간의 만남 그 자체에 비중을 둔다면 한·미 공조는 힘들다. 실무적 만남을 통해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 조치에 합의하고,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결정적 순간에 정상회담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한·미 관계를 압박하는 변수로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 떠오르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으로 인해 미 의회와 인권단체들로부터 한국이 북한 인권 상황에 눈을 감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거센 비판의 표적이 됐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속히 개정안을 발의해 여당 지휘부가 대승적 견지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식으로라도 해결하지 않는다면 한·미 관계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 한국의 ‘반(反)인권적’ 행태로 인해 미 바이든 행정부와 전 세계 민주주의 우방들이 한국을 ‘뜻을 같이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y)’로 여기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은 추락하고 말 것이다. 전단금지법 문제를 풀어야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깔끔하게 풀릴 수 있다.

바이든은 이날 대중(對中) 핵심 키워드로 ‘기술’과 ‘인권’을 제시했다. 안보와 국방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을 미 동맹국들이 중국과 공유해선 안 된다는 것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한 동맹국이라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눈감아선 곤란하다는 메시지다. 대한민국이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해 미·중 간 등거리 외교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원칙과 실용주의 간에 전략적 배합이 필요하다. 핵심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권은 미국과 보편적 기준을 설정해 나가되, 일반적 상품 교역과 투자 그리고 교류 협력은 중국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게 방책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펼쳐 온 ‘봉쇄(containment)’가 아니라 ‘변환(transformation)’이다. 중국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적 공존을 유지하는 가운데 효과적인 정책으로 중국의 행태를 변환시키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핵을 포기하고 인권을 개선하도록 북한을 변환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한·미 동맹을 유동적인 전략 환경에 맞게 변환시켜 나가야 한다.

[문화일보, 2020-12-31]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1231010731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