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미 동맹 기축으로 한·중 동반자 관계 관리해야

- 신각수 前 주일대사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새해 10대 전망에서 ‘미·중 긴장 증가’를 네 번째로 꼽았다. 1·2위가 코로나19와 세계 경제 회복, 3위가 국제 무질서 수습이라는 점에서 미·중 전략 대립은 새해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지정학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대중 전략경쟁을 무역에서 기술·외교·군사·문화·교육·이념 등 전방위적으로 수위를 크게 높였다. 2020년 6~9월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팀이 총출동한 연설을 통해 중국의 도전적 행태를 맹렬히 비판했다. 2020년 11월 미국 국무부는 ‘중국의 도전 요소’ 보고서에서 시진핑 정부가 공산 독재와 과도한 민족주의를 결합해 기존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사회주의 국제 질서로 개편하고 미국을 제쳐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고 보았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관세 폭탄을 넘어 무역·투자 제재, 클린 네트워크, 비자 제한, 대만 관계 강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홍콩·위구르 인권 제재 등 동시다발 조치로 대립을 심화시켰다.

미·중은 대립하며 협력

11월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 요인도 있었지만, 신냉전 도래라 일컬을 수준의 강한 대중 압박 정책을 펼쳤다. 이에 대해 청리 브루킹스연구소 존소튼 중국센터 소장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이 중국과 중국 공산당의 분리, 공산당 정부 교체, 중국으로부터의 전 사회적 위협 봉쇄라는 3개 함정에 빠져 개념적 모순, 경험상 오류, 전략적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는 지도력 회복, 동맹 중시, 다자주의, 가치 외교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는 양극화, 코로나19 팬데믹, 경제 침체, 인종 갈등 등 국내 문제 해결을 중시하면서 ‘중산층을 위한 외교’를 추구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이 ‘미국 홀로’가 되고 신고립주의가 미국의 지도력을 약화시킨 만큼 탄탄한 대외 정책을 실행하려면 국내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양극화한 미국 사회에서 초당파적 합의가 있는 거의 유일한 이슈인 대중 정책은 이런 큰 틀 속에서 전개될 것이다. 미국이 세계 지도력 유지를 위해 세계 경제의 50%를 넘는 미국·동맹·동반자 협조를 통해 세계 경제의 15%에 불과한 중국에 대항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정부보다 세련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규범·가치·제도를 통해 중국의 행동을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통상 문제는 관세보다는 환경·노동·투자·보조금·지식재산권·탄소세 등을 통해 공정한 경쟁 여건 확보에 치중할 것이다. 산업 경쟁력에 필수이며 군사적으로도 3차 상쇄 전략의 핵심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로봇, 양자컴퓨터, 5G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최신 기술에 관해서는 탈동조화(decoupling)를 불사하는 강한 태도로 임할 것이다. 또 홍콩·위구르 인권 문제를 추궁하면서, 흔들린 동맹 체제를 재정비하고, 민주주의 연합체 구축에 힘을 쏟을 것이다. 남중국해·대만 등 지정학적 이슈도 원칙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그러나 대립 일변도보다는 세계 보건, 거시 경제, 기후변화 등 미·중 협력이 필요한 글로벌 이슈에서는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에서는 대중 압박이 완화되고 연계 여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중 관계가 전반적으로 대립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해 미국 압박에 대한 자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쌍순환으로 내수를 키우고 ‘제조 2025’ 계획과 자주 창신으로 기술 자립을 서두르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중국·유럽연합(EU) 투자 협정 체결과 같이 미국과 제3국간 연대를 막고, 코로나 확산으로 운신의 폭이 없는 서구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공세적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시간 싸움에 능한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2019년 9월 중앙당교 연설에서 2050년까지 장기 투쟁을 언급한 바와 같이 장기전으로 착실히 국력을 키우면서, 먼저 미국을 도발하지는 않겠지만, 핵심 이익에 대한 도전에는 강하게 대응하려는 기류다.

미·중 신냉전은 실상과 괴리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시대의 미·중 관계는 단기적으로 대립이 완화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국의 패권 경쟁이라는 점에서 관계 안정화의 틀이 마련될 때까지 대립이 지속·심화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은 미·중 경쟁을 포함한 변화를 더욱 가속할 것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경제의 미국 경제 추월이 종래 2030년대 초에서 코로나19 대응 차이로 2028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미국은 기성세력이고 중국은 부상 중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중국의 도약과 문제 해결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중국의 향후 궤도가 지속한다고 과대평가해도 안 된다. 중국은 중진국 트랩, 인구 감소, 과잉 부채, 부패, 환경오염, 격차 문제 등 사회·경제적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양극화, 통치 위기, 인종 갈등, 사회 분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이지만 군사력·과학기술·교육·지리·동맹·기축통화·에너지·문화 등 종합 국력은 여전히 중국을 앞선다. 미·중 패권 경쟁은 향후 상당 기간 동아시아 또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무대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대립을 ‘신냉전’이라 부르는 것은 수사학적으로 강조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실상과 괴리돼 있다. 중국과 세계의 높은 상호 의존도에 비추어 냉전 시기와 같이 진영으로 분리되기 어렵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언급한 ‘냉전 1.5’와 같이, 대립 전선은 주로 기술·지정학·군사 분야로 압축될 전망이다. 그리고 대립 강도는 코로나 극복, 세계 경제 회복, 기후변화 등에서 협조가 이루어지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다.

[중앙일보, 2021-01-13]
https://news.joins.com/article/23969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