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의 서해 점령, 주권국가 한국은 왜 맞서지 않나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국립외교원장

 

서해는 누구의 바다인가? 대대손손 수천년간 우리 희로애락이 어려 있는 바다다. 그런데 서해 대부분이 중국의 것이 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그동안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갈등을 남의 일처럼 생각해왔다. 남중국해와 서해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2013년 중국은 우리 군에게 동경 124도 서쪽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동경 124도선을 한·중의 경계선으로 하면 70% 이상 서해가 중국 관할로 들어간다. 이후 해군 함정이 124도 서쪽으로 이동하면 중국 해군이 달라붙어 자신의 작전 구역이라며 즉시 나가라는 경고를 한다. 국제법에 그런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자국의 해상 영역임을 주장하기 위해 공해인 124도선 주변에 부표까지 설치한다. 한국군에는 124도선을 넘지 말라 해놓고는, 자신은 이 선을 넘어 백령도 앞바다까지 진출한다. 서해에서 야금야금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소위 서해공정이다.

 

주권 국가라면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필리핀은 중국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여 승소했고, 베트남도 대만도 강력히 맞선다.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중국에 대해 정부가 항의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미 대통령과 남중국해의 항행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서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해양 주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 군도 남중국해의 미 해군처럼 중국에 맞서 자유 항행 작전을 하고 있을까?

 

지난 2월 중국 정보함이 백령도에 접근했을 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경악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전투함이나 전투기를 보내면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우려가 있어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것 같다는 군 소식통의 분석이었다. 중국의 055급 최신 구축함을 필두로 중국 함대가 대한해협을 넘어 동해에 머물면서 작전을 벌이는 등 연일 중국 함정이 한반도에 출몰하고 있는데, 서해에서의 해군 주 임무는 북한으로부터 NLL를 지키는 것이며 해군 전력으로는 중국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전 해군참모총장 발언도 있었다. 경비정을 간신히 북한 임무에서 빼내 124도선으로 보내면 중국 전투함 여러 척을 만나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는 중국은 수시로 넘나드는데 우리는 가끔 넘는 수준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해군은 124도선에 대해 침묵을 넘어 묵인 단계에 들어간 듯하다. 군은 서해의 해양 주권을 포기할 셈인가?

 

막강한 중국 해군에 우리 군은 역부족인가? 해군이 자랑하는 세계 최강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동북아 최대 상륙강습함 독도함, 그리고 안창호급 대형 잠수함으로는 중국에 맞설 수 없는가? 해군의 주력 함들은 수심이 얕은 서해에 적합하지 않고 결국 기동 함대로서 한반도 동남부에 모셔져 있다. 해군은 거함주의 대양 해군 병을 고쳐야 한다. 우리 실제 위협은 원양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주변 1000km 내 미국을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러의 해군이 존재한다. 그들과 동일한 전력으로는 도저히 해양 주권을 지킬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 해병대를 배우자. 세계 3위의 군사력이라는 미 해병대가 스스로 전투기·전차·공격헬기 등 중무장을 버리고 다연장미사일 발사 차량을 운용하는 경보병부대로 전환하고 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둘러싼 섬들에 배치되어 초정밀 대함미사일을 갖고 중국 해군을 사냥하려 한다. 인천에서 청도 등 중국 해군의 주요 기지가 500km 남짓이다. 육상에서도 손쉽게 중국 거함들을 저지할 수 있다. 그것이 중국 해군의 약점이기도 하다. 청일전쟁 시 중국 거함들은 서해 상에서 일본군의 작고 빠른 함정들에게 전멸당했다. 중국이 124도선 주변을 작전 구역으로 선포하고 서해공정에 나선 이유는 그 해역만이 일정한 수심으로 항공모함이나 전략핵잠수함이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수심이 얕은 지중해와 북극해라는 주변 해역을 고려해 큰 잠수함을 갖고 있지 않다. 212형 디젤잠수함은 수심 17m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 이런 첨단 잠수함을 10척만 서해에 배치한다면 중국 해군을 발해만에 묶어 둘 수 있다. 공군이 보유한 F35 스텔스 전투기에 사정 500km의 초정밀 스텔스 대함미사일을 탑재한다면 어떠한 함정들도 우리 해역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공군이 통합군으로서 이러한 무기 체계를 갖는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없이도 서해 해양 주권을 지킬 수 있다. 피 같은 세금 낭비 없이 우리는 지역의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고슴도치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 2021-05-28]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1/05/28/TT3FOOP4VFGDTOCFCTBUEAK6J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