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짙어지는 한미훈련 연기, 김여정 입에 쪼개진

천영우(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외교안보수석)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후, 여권에서 이에 호응하는 '훈련 연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야권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냐"며 국민 안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같은 주장을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나서 "한미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범여권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를 중심으로 8월 중순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김여정 한마디에 무려 7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연기에 동의한 것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미연합훈련 연기나 중단은 북한 의견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며, 이런 논의가 반복될수록 우리 안보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조건부 연기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공동 성명서 발의에는 김용민·전혜숙 최고위원과 설훈·고민정·김태년·우원식·홍익표 등 민주당 의원 61명과 류호정·심상정 등 정의당 의원 6, 강민정·김의겸 등 열린민주당 의원 3,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1명 등을 포함해 총 74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한미 양국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이 협상에 나올 것을 조건으로 8월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남북 통신선 복원 등 남북이 교류협력을 재개할 수 있는 분위기로 전환한 만큼, 한미 간 군사훈련을 연기해 남북미 대화 재개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부부장이 지난 1일 담화를 발표하기 전부터 8월 한미연합훈련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반전할 수 있는 카드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 측은 예정대로 훈련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박완주 정책위의장,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까지 모두 나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이들은 지도부를 압박하면서 여여 갈등 상황을 만들었다. 여기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까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유연한 대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정 간에도 제각각 입장 차이를 보였다.

송 대표는 이날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송 대표는 YTN 라디오에서 "한미간의 신뢰를 기초로 남북 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북미 간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고 남북 간에도 협상이 재개되면 여러 고려 요소가 있겠지만 통신선이 막 회복한 것 가지고는 어렵다. 이미 훈련 준비가 다 진행되고 있는데 (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안 하고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지 북한이 결정해주는 대로 복종하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포기할 것이냐, 그것은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에서 대화라는 것은 하나의 수단이고 과정일 뿐, 중요한 것은 목표가 뭔지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을 3번이나 했지만, 그 새 북한이 핵을 얼마나 더 만들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청와대가 정치권 힘을 빌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남북관계에서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면 국민 안보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소모적인 정치 논쟁을 가만놔두면 안된다"고 말했다.

 

[디지털타임스, 20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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