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아프간 철군은 '중국 견제용', 한미동맹 더 강화해야

홍규덕(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박원곤(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김용현(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바이든 미국 정부가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면서 앞으로 한·미동맹 기조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당초 바이든 정부는 글로벌 리더로서 국제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가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이었지만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기존 동맹관계에 기류 변화가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국익 우선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결이 다르며, 아프간 사태를 한미동맹체제에 적용하는 건 다소 무리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정부 중국 견제가 목적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 머물며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국익 우선과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정부는 대놓고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흘리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지만, 바이든 정부는 한·미동맹에 기초한 수평적 관계에서의 합리적 협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프간 사례로 향후 한·미동맹을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원했던 것은 사활적 인내가 필요한 곳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집중하겠다는 곳은)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오히려 한미동맹을 확대해서 중국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고 동맹비용이나 역할, 책임을 동맹국들이 증대하길 원하고 있다""(미군 철수의 핵심은)아프간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맹에 기여하는 것에 대한 자발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들어선 바이든 정부이지만 스스로가 나라를 지키지 않는 아프간 정부에 많은 예산과 지원, 군인들의 목숨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면서 자국의 생존의지가 확실한 가능성이 보이진 않는 국가나 동맹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한 뒤 "한국은 모호성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협력강화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섣부른 한미동맹 약화 예단 금물
일례로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 2월 중동에서 활동하던 니미츠 항공모함 전단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이어 아프간 철군 뿐 아니라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를 최소 수준으로 감축하는 계획도 잇달아 발표했다.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의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협의체)를 강화하고 인권을 앞세우며 경제 제재 등으로 중국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프간 사례 하나로 한미동맹을 언급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한미동맹 자체가 미국 국익 차원에서 중요한 동맹이고 한반도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한미동맹 약화는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맹강화는 한미양국에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협력과 대화 등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이나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을 감축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2021-08-18]

https://www.fnnews.com/news/202108181104000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