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아프간 상황 한국과 다르다”... , 에 더 많은 역할 주문할 듯

신각수(주일대사), 위성락(주러시아대사),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계기로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지만,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 우리와 아프간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국익의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은 앞으로 한국에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7(현지시간) 한국이나 유럽에서 미군을 감축할 생각이 없다며 미군 철수론을 일축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 머물며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정치권 일각에선 주한미군도 철수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주한미군 역시 그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와 아프간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단순화이자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방위능력을 키우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18국력 차이나 전략적 중요성을 볼 때 아프간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아프간 사태를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은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자강할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무기력하게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내준 것은 스스로를 지킬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도 외부위협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했다고 했다.

미국이 자신들의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펴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명시적으로 드러난 만큼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프간에서 철군하며 한숨 돌린 바이든 행정부의 초점은 중국 견제에 맞춰져 있다반중 연합전선에 참여하라는 압박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지역 안보협력체 쿼드(Quad)를 비롯해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에 우리도 참여하라는 압박이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 출범 이후 군사·경제·기술 등 전방위에 걸쳐 동맹국과 반중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으며 우리에게도 같이 하자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아프간을 탈레반이 장악하면서 우리 정부도 탈레반 정권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외교부는 탈레반 정부와의 관계와 관련해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편적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국가와는 항상 협력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는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아프간 정부와 협력하다가 (긴급히) 소개하면서 모든 게 중단됐다며 당분간 아프간과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2021-08-19]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05508&code=111212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