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북정책, 전방위로 실패했다

김천식 (통일부 차관)

 

북한은 지난 19일 비장의 무기인 신형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했다. 평화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말은 화려했으나 객관적으로는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부의 성과는 말이나 의지, 진정성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환경이 어떠했는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다. 오직 사실로만 평가된다. 문 정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첫째, 문 대통령이 최후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종전선언은 진전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면서 이는 주한미군이나 정전체제의 현상 변화가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주장대로 된다면야 종전선언을 한다 해도 나쁠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런 정치적 선언은 의미 없다고 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하려면 상호존중, 이중기준 철회 및 적대시 정책 폐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주장대로 하면 우리는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하면서 우리의 안보 체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려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과 거의 동일시하며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미국은 종전선언이 유엔군사령부의 존립이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을 것이다. 종전선언이 현상 변경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문 정부의 판단이 비현실적이었던 것이다.

 

둘째, 북한 핵 문제는 역대 최악이다. 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큰 진전이 있을 것처럼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고 북한의 비핵화는 1년이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간표도 여러 차례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 북한의 비핵화가 확실히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문 정부의 대북정책에 열광했다. 그러나 2019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인한 것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거부한다는 사실이었다. 북한은 지금도 쉼 없이 핵 능력을 증강하고 있다. 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오판한 것인지 아니면 1년 만에 정세가 급변한 것인지 그 내막을 알 수는 없다. 북한의 핵개발이야 1990년부터 따지더라도 30년간 계속해온 것이니 문 정부 탓만은 아니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정세 판단을 잘못한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북한의 안보 위협은 더 커졌다. 문 정부는 평화를 주문처럼 외우며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러나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을 열거할 필요도 없이 핵 능력 증강만으로도 우리의 평화는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했고, 2019년 이후 SLBM을 비롯해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미사일 개발에 중대한 진전을 보고 남한 공격에 특화된 전술핵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남한 군대는 자기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대해서는 허세를 부리지 말라고 조롱한다. 그러한 북한이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반도 주변 미국의 전략무기 제거를 요구하며 군사력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당 규약에 못 박고 있다. “한반도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하는 문 정부의 정세 인식이 비현실적이다.

 

넷째, 남북관계는 더 나빠졌다. 정상회담을 세 번씩이나 했지만 북한은 온갖 사람을 동원해 온갖 욕설로 문 대통령을 심하게 모욕했다. 국민 입장에서 국가원수가 멸시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쾌감을 느낀다. 남북연락사무소는 폭파됐다. 남북관계를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문 정부가 비난해 마지않던 전 정부에 비해서도 한참 못 미친다. 이산가족 상봉은 절반도 안 되며, 인도적 지원 실적 또한 그렇다.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 실적 지표는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 지표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실패한 것은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객관적 정세 변화에 맞지 않는 과거의 접근법을 썼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내건 한반도 신경제 지도신한반도 체제’ ‘평화경제등은 그런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해 버린 상황에서는 그런 접근법이 작동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통하지 않는다.

 

[문화일보, 2021-10-21]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1021010330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