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총선 승리로 힘 실린 기시다 총리한일관계 변화 올까?

신각수 (주일대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어제(1031)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은 물론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번 선거로 출범한 지 한 달 남짓 된 기시다 내각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한일 관계에 변수가 될지 주목됩니다.

 

자민당 '대승유신회 '약진'"일본 여론의 보수화 강해져"

오늘(1) 새벽까지 이어진 개표 결과 일본 자민당은 단독으로 전체 중의원 465석의 과반은 물론, 모든 상임위에서 위원장과 위원의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인 261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이번 선거는 자민당에게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전임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미흡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사임했고, 출범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기시다 내각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등 주요 야당들이 정권 교체를 내세우며 전국 287개 지역구 가운데 217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곳곳에서 상당한 접전이 예상됐습니다.

 

그래서 기시다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과 함께 과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다소 '낮은'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는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결과는 자민당의 낙승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민당의 승리 요인으로 약한 야당과 보수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일본의 여론 지형을 꼽습니다.

 

일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정권을 믿고 맡길 만한 정당은 자민당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어제 선거를 통해 의석수가 기존 11석에서 41석으로 크게 늘어나,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제치고 제3당으로 떠오른 유신회의 약진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신회는 자민당보다 조금 더 보수적 성향의 정당으로 평가되는데, 개헌 등 현안에서 자민당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힘 받는 기시다 내각한일 관계 영향은?

이번 선거의 승리로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치권에서 외교통으로 분류되고,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전임 아베 총리나 스가 총리보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기시다 총리의 자신감이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는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일 관계에 긍정적일 수는 있지만 당장 관계가 나아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일본 유권자들의 보수적 성향이 드러난 만큼 일본 정치권이 빠르게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사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일본 여론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는데,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 정치권이 급하게 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기시다 정권이 힘을 받게 됐다는 것은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고 볼 수는 있다"고 언급했지만, "실제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 상황인데,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와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모두 정치권의 결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한일 관계가 큰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민당의 승리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특히 "여러 정당들이 과거사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서 "앞으로 어떤 정당이 실권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한일 간 갈등 사안을 다루는 모습에서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News, 2021-11-01]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4248&re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