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북한 비핵화의 의무와 능력이 있는 나라

김천식 (前 통일부 차관)


북한은 남북 간 비핵화 합의는 물론 국제법에 따라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돼 있다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금지하고 있다그러나 북한은 이를 위반해 핵 무력을 고도화하며 평화를 위협한다.


북한의 불법행위를 시정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북한이 스스로 비핵화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그러나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저지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있다유엔헌장은 국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유엔 안보리에 외교와 경제제재무력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했다안보리의 주역인 미국과 중국의 책임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특히 중국은 북한을 비핵 화시킬 능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1992년 수교하면서부터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나아가 통일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믿었다. 2015년 9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방세계의 눈총을 받아 가면서 참석했던 것도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중국군은 625 때 우리와 싸웠던 적군이었으며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전승절에 냉담했음에도 불구하고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우리에게 엄청난 사드 보복으로 응답했다.


북한은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미국과 정상회담을 했으나 완전한 비핵화를 거부했고 핵 무력 고도화로 질주하고 있다중국은 미북 회담이 시작된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관했다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당연히 취해야 할 추가 제재 조치를 거부했고 오히려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은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었으며김정은에게 미국과 비핵화를 합의할 재량을 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지난 1월 미국 의회 조사국은 중국 기업과 개인이 핵미사일 관련 품목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수출했으며중국 금융기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고했다. 2월에는 미 국무부가 중국에 기반을 둔 기관들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기술의 주요 원천이라는 보고서를 냈다중국이 스스로 참여해서 정한 국제법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북한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핵으로 선제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밝혔다우리로서는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가 됐다북한의 핵 도발 의지를 꺾는 방법은 핵사용 시 더 압도적인 핵 보복이 있을 것이며정권이 끝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다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의 워싱턴선언은 그런 것이다한미일은 북한의 핵위협이 증대됨에 따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워싱턴선언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해 저속하고 거친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다이는 옳은 태도가 아니다북한의 핵이 고도화되면 한미일이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점은 중국은 물론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핵무기를 머리에 이고서도 선의와 요행에 기대며 대비를 게을리 한다면 그건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안다중국은 핵우산과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비난하기에 앞서 북한을 비핵화 시키기 바란다그것이 남북 간 평화를 정착시키고 협력의 증진을 돕는 길이다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도 낮출 것이다지금도 늦지 않았다아시아 유일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동아시아 유일의 핵보유국으로서 위상과 권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중국은 북한을 비핵화 시키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서울신문,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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