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인권외교의 미래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지난 10월 대한민국은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우리는 2006년 인권이사회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3연임 금지 규정으로 2012년, 2019년에 쉬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선되어 이사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8개국 중 4개국이 선출되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방글라데시,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게 졌다는 것은 충격적인 결과다.
왜 우리가 낙선했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선뜻 설명하기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북한인권을 소홀히 해서 국제사회에서 신뢰가 떨어졌다는 여당 측의 의견이 있었고, 야당은 현 정부의 외교참사 중 하나라며 소극적인 인권외교정책을 비판했다. 외교부에선 너무 많은 선거가 있어서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다고 한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나는 이 모든 것들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권외교는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양자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국제사회에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잘 반영하는 인권외교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권을 초월해서 장기간 일관성 있는 원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오랜 축적된 경험과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에겐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외교관도 인권전문가도 부족하다. 수십 개의 국제기구가 위치하고 수백 개의 NGO가 있고, 수천 개의 국제회의가 매년 개최되는 스위스 제네바에 한국대표부에는 인권을 담당하고 있는 외교부 사무관은 단 두 명이다. 국내 외교부 본부에 인권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기구국 산하 인권사회과에는 단 네 명의 사무관이 일하고 있다.
유엔의 인권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전문가도 손에 꼽는다. 현재 인권협약기구에 일하는 한국인 위원은 단 세 명뿐이다. 국제인권이나 인권외교를 연구하는 학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엔인권기구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결정문이나 선언문이 국내에는 제대로 전달도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연 무슨 원칙에 기반한 일관성 있는 인권외교가 가능하겠는가.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TAD) 이사회에서 한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하였다. 그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은 이제 적극적인 다자주의를 선도해 나가야 할 위치에 놓였다. 지금까지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규범과 제도에 참여하고 수용하는 위치였다면, 이제는 국제사회의 제도와 규범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다자주의 외교의 중심에는 인권이 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동시에 우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인권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다양한 연구도 필요하다. 국제인권을 고민하는 외교관도 연구하는 학자도 시민사회 활동가도 더 많아져야 한다. 그들이 서로 소통하며 같이 고민할 때 우리의 정체성과 원칙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일관성 있는 인권외교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가는 길이다.
[국제인권옹호 한국연맹,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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