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호감도 상승한 지금…韓日정부 공급망·무역·안보 손잡을 기회"
신각수 (前 주일대사) 외
한일 양국민 호감도가 높아지고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두 나라 외교 전문가들은 "민간에서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분발해서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이번 설문조사와 관련해 "지난달 일본에 두 차례 방문해 일본 전문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정부도 이런 기회에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해나가야지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 전 대사는 특히 "일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호감도가 높아진 것은 취임 전부터 '미래 지향적' 관계를 주장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일본인들도 과거사에 묶이지 말고 협력 가능한 분야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다"고 밝혔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한일 관계는 양국 여론과 국민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게 사실"이라며 "양국 정부는 국민 간 호감도 상승, 관계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에 부응해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라고 조사 결과를 해석했다.
손 원장은 특히 "양국 국민 모두 북핵 등 안보 문제와 중국에 대한 경제적 도전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미·일, 한일 협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따라서 양국 정부는 강제징용 등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급망·무역·군사안보 등 여러 협력 과제를 적극적으로 병행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본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여론이 호전된 것을 잘 활용하면서도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두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양국 관계에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 악화된 한일 관계에 따른 피로감 등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미야 교수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피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하는 게 일본 입장에서는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도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태도를 버리고 협력에 나서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지지율이 높지 않은 점은 양국 정부가 관계 개선에 나서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민감한 문제가 많은 만큼 당장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보다는 시간을 두고 양국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대만해협 등에서 중국의 위협과 북한의 핵·미사일 등에 대한 위기감으로 한·미·일,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런 일본의 분위기와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한국 정부의 자세 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일본은 그동안 징용·위안부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집했는데, 이렇게 해서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자국 내 강경한 여론을 잘 설득하면서 한일 양국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합리적 결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