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미 정보교류 장애는 신뢰 위기…불협화음 자초하는 게 문제”
- 신각수 (前 주일대사)
한미관계를 둘러싼 파열음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미국 측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논란이 장기화한 가운데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양국 관계를 ‘난기류’에 비유하기도 했다.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 역시 “백악관과의 고위급 회담이 답답할 정도로 안 된다”며 양국 간의 복합 이상 징후를 전하기도 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미 간 정보 교류에 장애가 생겼다는 것은 단순한 실무 문제가 아니라 양국 간 인식과 신뢰의 문제라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신 전 차관은 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부 제1·2차관과 주이스라엘 대사, 주일본 대사, 주유엔 차석대사 등을 역임했다. 퇴직 후 한일 관계 증진을 위한 외교부 산하 공익법인 세토포럼 명예 이사장, 민간 독립 싱크탱크 니어재단 부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 전 차관은 최근 한미관계의 이상 기류를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관 변화에서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안보 부담을 동맹국에 더 많이 요구하고, 경제적으로도 미국 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의 투자와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4월 미국·필리핀 주도의 ‘발리카탄 2026’ 다국적 연합훈련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은 정보·안보 협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미 간 안보·경제·경제안보 등 다양한 사안에서 충돌이 있더라도 얼마나 원만하게 해결하느냐가 외교 역량을 드러내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전했다. 미국과의 제한적 정보 공유는 이른 시일 내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 전 차관은 “북한의 핵 능력이 사실상 핵 무장국에 준하는 수준에 접근하고 있고, 중국 역시 핵전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북한까지 추가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간 정보협력이 흔들리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까지 불거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 관점을 고려했을 때 대미 관계에 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 전 차관은 “정책 결정자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불협화음을 대외적으로 드러내거나 문제를 자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메시지가 상당히 중요해졌고, 제3국이 이를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그런 중량감을 고려해 정제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원칙과 억지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제안을 했다. 신 전 차관은 “북한과 대화가 당장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움직이기보다 한미 간 전략소통을 강화하고 북핵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북한이 반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1기 때와 같은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카드인 영변 핵시설 폐쇄와 대북 제재의 해제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통상·투자 문제에서도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에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신 전 차관은 “알래스카 LNG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좋은 기회일 수 있지만, 투자 위험성이 높은 사업”이라며 “미국의 압박에 굴할 필요 없이 상업적 타당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우리가 얻어낼 것은 얻어내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는 현 정부 외교에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난 분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우호적 분위기를 한일 경제공동체 등 협력과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한국과 일본의 연대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6조 달러(약 8000조 원) 규모의 경제 공동체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신 전 차관은 “한일 경제공동체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제3의 축을 형성할 수 있다”며 “한일 관계의 갈등 요인인 과거사 문제 등을 잘 해결해 나갈 여건을 우선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