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미훈련 재개' 발언"대북압박 동시에 에도 경고한 것"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를 거론하며 대북 압박에 나섰다.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압박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8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 이상 중단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몇몇 훈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선의의 노력으로 중단됐다. 만약 (대통령이) 지시한다면 중단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더 이상 중단할 계획이 없다"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헤아리겠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 조절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제재와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압박을 계속할 계획임을 밝혔다.

 

백악관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경제적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미국의 인터넷 언론 복스(VOX)는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 전면 중단과 북한돈을 세탁하는데 이용됐던 중국 기업과 은행에 대한 제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핵화 진전 위해 군사적 압박 활용 의지 보여

 

매티스 장관의 발언을 비롯한 미국의 대북 압박은 비핵화 협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으면 플랜 B’로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 취소를 발표했음에도,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은 것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발감도 읽을 수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정상 공동성명에도 없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선물을 북한에 줬다" "북한이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협상 국면이 지속될 수 없다는 압박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한 워싱턴 외교가에선 비핵화 협상에 대한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경험한 워싱턴 내 외교 엘리트들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체제에선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낙관하던 목소리가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도 비핵화 협상 무산을 언급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받은 이후 급격히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핵화 협상이 다시 위기에 처했으며 완전히 결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은 이 편지에서 "미국이 평화협정 서명을 향해 진전된 조치를 취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협상) 과정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북미 간 외교적 해빙이 곤란에 처한 듯한 상황에서 나온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지난주 고조된 북미 간 긴장을 더 높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양국 협의 없이 연합훈련 재개 발언"한미 공조 현주소 보여줘"

 

문제는 미·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 간 불협화음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매티스 장관의 ·미 연합훈련 재개 발언과 관련, "·미 간 (연합훈련 재개를)논의한 적이 없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한·미 간에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여기서 더 나가 "연합훈련 유예 관련 한·미 간 기존 합의 연장선상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기존 합의에서)변화된 게 없다"며 메시지 힘빼기에 나섰다.

 

김성한 원장은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기존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한 발언으로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사전 협의 없었다고 확인해줬다. 이는 현재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공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말로만 한미 공조를 얘기할 게 아니라, 긴밀한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북한과 한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봐야 한다" "한국 정부가 지금처럼 속도 조절을 하지 못하면 동맹이 약화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동맹 약화를 미국 정부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한국 정부는 수용한 반면, 미국은 반대하는 어색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조급함 때문에 균형감각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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