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북 2차 회담 成敗 기준은 ‘핵 신고’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차관)이 미국과 스웨덴으로 날아가 각각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정상회담의 시기·장소·의제 등에 관해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1차 정상회담을 했듯이, 이번에도 러시아 및 여성 스캔들이 악화하고 있고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문제로 촉발된 연방정부 ‘셧다운’이 지속되면서 국민적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외교 안보 문제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할 처지다.


그러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성과’ 즉, 북한 비핵화의 중대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결과를 끌어내는 게 핵심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6일 미국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우리는 미국 국민과 동맹국을 위협하고 있는 핵무기 폐기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미국민의 안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해(동맹국의 안전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미·북 정상회담이 결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대북 경제 제재 해제(완화)라는 불완전한 비핵화로 귀결될 것이란 한·일 양국 전문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이 강조하는 구체적 조치는 북한이 핵 능력을 ‘신고’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단행하는 ‘셀프 비핵화’ 조치는 구체적 비핵화 조치로 간주되기 힘들다. 지금까지 북한이 단행한 비핵화 조치는 풍계리 핵실험장 (부분) 폭파가 유일하다.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으면 영변 핵시설을 참관단 입회 속에 폐기하겠다는 것도 결국 경제 제재 해제나 종전선언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북한의 대외 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조선반도에서 핵문제 산생(생산)시킨 장본인으로서 미국이 자기가 할 바는 하지 않고 날강도적인 전제조건만 내흔들면서 그것을 강요한다면 조선반도의 핵문제는 언제 가도 해결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핵 신고는 날강도 같은 짓이니 못 하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펜스 부통령과 같은 생각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북한의 협상 담당자들이 워싱턴과 스톡홀름으로 날아간 것은 워싱턴에서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제 설정이 이뤄질 경우 최선희 부상이 스톡홀름으로 비건 특별대표를 불러 실무협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 정부는 너무 차분하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핵 ‘신고-폐기-검증’으로 이어지는 국제적 표준을 따르지 않고 완전한 비핵화하고는 거리가 먼 합의가 미·북 간에 이뤄지더라도 남북 관계만 개선되고 대북 사업을 재개할 수 있으면 괜찮은 것인가.


이 시점에 우리 정부가 핵 신고를 포함해 비핵화 로드맵에 제대로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한·미 동맹까지도 ‘희생’해서 또 하나의 성과를 내고 싶어 할 것이다. 북한이 제대로 신고하고 검증에 동의하면 북핵 문제는 70% 이상 해결된 것이다. 그러나 신고 없이 여타 조치를 아무리 많이 취한들 비핵화 성취도는 30% 이하다. 우리 정부가 높이 멀리 보고 동맹국 미국과 함께 북한 비핵화의 역사적 이정표를 세우길 기대한다.


[문화일보, 2019-01-18]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118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