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북핵 목록·핵폐기 로드맵 받아내지 못하면 쇼에 불과"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美北 2차정상회담 전문가 전망

ICBM-제재완화 스몰딜 땐
싱가포르 회담보다 못한 결과

지금까지 CVID 조치 없어
쓸모없는 시설 해체 무의미

구체적 합의 나온다 해도
실행과정서 이견 불가피

◆ 미북정상 베트남서 2차회담 

2차 미·북정상회담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처럼 선언적 합의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28일 이틀간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주고받는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비핵화 협상을 지켜봤던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미·북 정상이 확인한 추상적 목표에서 더 나아가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 시스템 목록 핵폐기 로드맵 등 구체적 비핵화 방법론이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전 외교통상부 차관)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경제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식의 스몰딜을 추구하면 싱가포르 회담보다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번에 대략적으로라도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그 첫 단계로 핵 능력 신고에 합의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의 `셀프 비핵화`와 지난 28년간의 시간낭비가 반복될 뿐"이라면서 "미국이 스몰딜이나 ICBM 폐기를 내세우며 종전선언 같은 사실상의 평화협정을 시도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즉, 부수적 사안들이 북한 비핵화라는 핵심 사안을 잡아먹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도 "북한이 비핵화를 언제까지 무슨 순서로 하겠다는 시간표가 나와야 정상회담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 "북한이 핵무기가 어디에 몇 개 있다는 신고를 해야 (북한이) 말로만 하는 핵 폐기가 아니라 비핵화 용의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잭 킨 전 미국 육군참모차장은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2차 정상회담은 1차 정상회담의 반복이 돼선 안 되고, 성공적 회담이 되려면 몇 가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무기 시스템 목록, 프로그램, 독립적인 전문가 검증하에 그것을 폐기하는 시간표에 관해 우리에게 기꺼이 양보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진전"이라고 말했다.

미·북이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합의를 내세워 비핵화를 하겠다는 강도와 수준이 점차 약해지는 듯한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의 지적은 이어졌다. 조지프 나이 전 미국 국무부 부차관은 `미국의 소리(VOA)`와 인터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선 안 된다"면서 "북한은 국가의 근원이자 정권 유지 수단인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핵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나이 전 부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상황을 잘 다루지 못해 왔다고 생각하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충분한 대가 없이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이런 착각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위험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여전히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의 연속선이라는 의미에서 이번에 구체적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도 표출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 6·12 회담에서 나온 포괄적 합의 이후에 교착 상태가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서로가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인식할 수 있었던 시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합의한 4개항의 바탕에서 밑그림 형태로 구체화될 것이고 그게 만들어지면 초기 신뢰 조성을 위해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구체적 액션을 담은 합의문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1차 정상회담 때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북한이 처음 만나는 회담이었던 만큼 포괄적으로 합의한 것이 특별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1차 회담 성과가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출구에 대해 합의한 것이라면 두 번째 만남은 입구에 대해 합의해야 하는 것이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지, 또 북한과 미국이 주고받을 것에 대해 논의의 진전이 있어야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1차 회담 때보다는 구체적 내용의 합의가 나오겠지만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회담이 끝나고 나면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 "일례로 영변 핵시설 사찰의 경우에도 북한과 미국이 생각하는 사찰의 개념이 다른데 예고 없이 사찰단이 보고자 하는 것을 다 볼 수 있는 특별사찰의 경우 북한은 그것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 합의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일경제, 2019-02-06]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9&no=74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