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북-미 가을께 돌파구 열릴 수도” ”남, 구체적 중재안 내놓아야”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정철 숭실대 교수, 김영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고유환 동국대 교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기의 담판’으로부터 1년, 평화에 대한 희망으로 넘쳤던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 핵협상은 멈춰서 있다. 북-미 양쪽이 상대방에게 먼저 결단을 내리라며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한겨레>는 7~10일 한국과 미국 각각 5명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에게 북-미 교착의 원인과 교착의 해소를 위해 남·북·미 3국이 각각 해야 할 일 및 전망 등을 물었다.

우선, 북-미 간 소강 국면이 해소되는 시기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늦여름이나 가을께 북-미 관계의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교착 해소 예상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교착 해소의 `조건’을 우회적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도 상당수였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10월께”를 국면 전환 시점으로 잡았다. 북한이 협상 재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대미 협상의 ‘두가지 옵션’ 준비를 마무리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7~8월 정도에 남북이 먼저 공간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9월께 북-미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영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소 이른 8월을 교착 해소의 시점으로 잡았다. 북한은 이때쯤 내부 정비가 마무리되고, 미국도 2020년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는 올해 가을 이전에 협상 재개의 계기를 찾고자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정책의 승리를 원하고 김정은은 제재 완화를 필요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의 해에 (북한이) 아이시비엠 실험을 할 가능성에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레 ‘가을 협상 재개’를 전망했다.

반면, 켄 가우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과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당분간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행정부가 내부 문제와 미-중 관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확실한 요소가 없다면 대화 조기 재개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북-미가 조속히 실무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거의 모든 전문가의 생각이 같았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쪽 차석대표는 “양국의 협상 대표 간 실무협의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고 했고 엄 선임연구원도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한국연구국장은 “남·북·미 정상회담이 7월 초까지 열릴 수 있다면 북-미 교착은 올여름에 풀릴 수 있겠으나 그게 안 되면 연말 (북한의) 아이시비엠 실험과 긴장 고조”를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교착 원인은 엇비슷했다. 큰 틀에서 보면 북-미 양쪽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접근법과 이해가 다르다는 풀이다. 비핵화의 최종 목표에 대한 입장 차이를 비롯해, 포괄적인 일괄 타결을 기반으로 신속한 단계적 이행을 요구하는 미국과 신뢰 조성 뒤 단계적 합의를 해가며 이행하려는 북한의 접근법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의 빅딜안”과 남·북·미 간의 “신뢰 부족”을,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다”는 점을 교착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교착 해소를 위해 전문가들은 남쪽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성과 구체적인 중재안 도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엄 연구원은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폐쇄-초기 제재 완화 △단계적 이행 과정을 담은 포괄적 합의 등에 합의한 뒤 북한에 이를 제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북한에 대해선 “비핵화 최종 단계에 대한 자세한 규정”과 “도발 중단 신호” 등을 요구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미국 쪽에는 “북한에 대화의 시그널(신호)을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고, 최대 압박 정책 전환과 일방주의 최소화,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압류 조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아니스트호 문제 해결 등도 미국의 역할로 꼽았다.

[한겨례, 2019-06-12]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897531.html#csidx8692da104ac81c58ccf2e0316d78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