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서울안보대화, 참가국 긴밀 소통하며 다양한 안보 위협 해결책 모색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용섭 국방대 교수, 박재민 국방부 차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을 넘어 국제사회 모두가 걸어야 할 평화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댄 2019 서울안보대화(SDD)가 지난 6일 성대한 막을 내렸다. 세계 56개 나라 5개 국제기구 대표단이 참석,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SDD는 이날 폐회식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쳤다.

이날은 ‘국제평화유지 활동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주제로 열린 본회의 3세션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전략과 위기관리’를 주제로 한 본회의 4세션이 열렸다. 특히 최근 국제 안보 이슈로 떠오른 사이버와 세계 각국이 힘을 합쳐 진행하고 있는 국제평화유지활동(PKO)을 주제로 해 ‘글로벌 다자안보협의체’로 자리 잡고 있는 SDD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본회의 3세션은 콜린 로버슨 캐나다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이 사회와 발제를 동시에 맡고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와 지야 메랄 영국 역사분석 및 분쟁연구센터 연구위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자오 샤오주오 중국 향산포럼 사무국장은 패널로 나와 토론에 동참했다.



한국을 대표해 발제자로 나선 홍 교수는 ‘보다 나은 유엔 평화작전을 위한 한국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먼저 “인도적 원조와 재난 지원을 위한 군의 역할이 확장되는 것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홍 교수는 “한국은 더 새로운 방법으로 개별국가와의 협력 방안을 개척해야 하며 늘 진행해 오던 임무를 반복하는 것에서 과감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군 병력 중심의 전통적인 작전보다는 민간 전문가, 경찰 등과 협력과 참여의 폭을 확대하고 정보통신 기술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원화되고 역동적인 평화유지작전 참여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유엔의 의제 해결에 중견국인 한국이 참여하는 것은 유엔으로서도 매우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 4세션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전략과 위기관리’를 주제로 진행됐다. 4세션은 클론 키천 미국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이 사회를 맡고 민병원 이화여대 교수, 레인 오티스 에스토니아 탈린공과대 교수, 토마스 즈쥐코트 폴란드 국방부 차관, 파벨 헤르친스키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안보정책국장, 실리아 퍼킨스 호주 국방부 전략정책국장이 패널로 나섰다.

참석자들은 사이버 능력을 통한 국가적 행동과 전쟁 가능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진단하고 각국의 사이버 협력체계의 주요 특징과 사이버 분야에서의 민간의 역할 수행 등을 논의했다. 민 교수는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투쟁을 벌이는 정치화 과정에서 사이버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자칫 사회에 피로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비교적 덜 심한 일상적 사이버 범죄와 공동체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사이버 안보 위협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적인 사이버 범죄·침해를 규제할 수 있는 국제 규범 구축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본회의 외에 한반도 군비통제를 주제로 한 특별세션 3도 진행됐다. 이 세션은 김용현 동국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한용섭 국방대 교수가 발제자로 연단에 섰다. 이상철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자문연구위원, 제임스 프리스텁 미국 국방대 선임연구위원, 대니얼 프린스 유엔 군축실 재래식무기국장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한 교수는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를 통한 남북의 군비통제 노력은 최근 1~2년 사이 보기 드문 군비통제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9·19 합의의 지속적 이행을 위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과 정기적 개최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남북의 전략대화 상설화와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면 남북의 재래식 군비통제 연구와 전략 구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상 제3의 한반도 신뢰구축과 군비통제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신뢰구축과 군비통제를 지속해야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에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설명하고 지지를 구하는 국방부의 군사외교 활동도 계속됐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이날 폴란드·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 등 중유럽 4개 국가로 구성된 비세그라드 그룹 대표들과 다자회담을 진행하고 캄시 봉캄사오(Khamsy VONGKHAMSAO) 라오스 국방차관과 양자회담을 했다. 박 차관은 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 안보 정세를 평가하고 국방협력에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SDD 기간 중 왕정홍 청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나서 ‘방산 세일즈 외교’를 전개했다. 특히 SDD 기조연설을 위해 한국을 찾은 라즈 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과 왕 청장이 직접 만나 방산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인도는 현재 우리 K9 자주포를 인도 현지에 맞게 개량한 ‘K9 바지라(VAJRA)’를 양산하는 등 우리와 긴밀한 방산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왕 청장은 지난 6일 싱 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우리 정부의 신(新)남방 정책과 인도의 ‘Make in India’ 정책(해외기업의 제조공장을 인도에 유치해 제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인도 정부의 경제 정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두 나라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협력사업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주한 인도대사관이 주관하는 ‘The CEO’s 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한국과 인도의 방산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두 나라 정부·기업 관계자들이 관심과 지원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SDD는 한반도 안보와 동북아 안보는 물론 주요 국제 이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만드는 평화’를 논의하기 위해 각 나라 전문가들이 함께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박 차관은 “올해 SDD는 한반도, 동북아, 아세아,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직면한 안보도전을 어떻게 극복할지 모색하는 의미 깊은 자리였다”고 평가한 뒤 “특히 올해는 남북 군사당국 간 9·19 군사합의 1주년 기념으로 합의의 의미와 성과를 평가하고 남북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통제 방안을 논의하는 특별세션을 진행해 더욱 의미가 컸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인류의 역사는 분쟁과 갈등, 불신과 대립을 떨쳐내지 못했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직면한 다양한 안보위협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그랬듯 아니 더 훨씬 긴밀히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이번 SDD에서 나눈 다양한 논의와 참가국 간 네트워크가 대화와 신뢰에 기반한 국제 안보협력의 자양분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SDD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은 이날 폐회식을 마친 뒤 공동경비구역(JSA) 등 한반도 안보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전쟁기념관에서 전쟁의 교훈을 확인하고 귀국했다.

[국방일보, 2019-9-8]
http://kookbang.dema.mil.kr/newsWeb/20190909/8/BBSMSTR_000000010021/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