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9·19평양공동선언 초라한 1주년 성적표...남북 합의사항 이행률 18%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고유환 동국대 교수

남북은 지난해 연말까지 고위급회담과 분야별 실무회담을 열어 합의문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해 들어선 회담은 없었지만, 접촉이 이어졌다. 2월 북한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관련, 현지조사 자료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정부에 넘겨주면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문을 걸어 잠그며 남북관계가 사실상 멈춰섰다. 이에 따라 9·19 평양선언 합의사항도 대부분 이행이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선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후퇴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9·19 평양선언문에 담긴 16개 남북 합의사항 중 지난 1년간 이뤄진 건 단 3건.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2007년) 11주년 기념행사와 12월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등이다. 합의 이행률로 따지면 18.7% 수준이다. 평양선언 중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채택은 당시 남북 국방장관 간 9·19 군사합의서 채택으로 이어지며 그나마 진전을 본 항목으로 평가된다.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 각각 11개 감시초소(GP) 철수가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공중·해상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단 조치 이후 단 1건의 위반사례가 없었던 것도 성과로 꼽힌다. 다만 남북 공동유해발굴과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는 북한의 무응답으로 각각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 남측 ‘반쪽 개방’으로 실시되고 있다.

남북이 1년 만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원인을 두곤 하노이회담 결렬과 그에 따른 북한의 충격과 배신감, 비핵화협상에 남북관계가 연동된 구조적 한계 등으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9·19 평양선언은 지난해 6·12 북·미 싱가포르 합의 등 비핵화협상 진전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컸다”며 “그런데 2월 하노이회담이 결렬됐고, 비핵화 평화프로세스와 연동된 9·19 남북 합의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중재를 믿고 ‘영변 핵시설과 대북 제재 완화 거래’에 나섰던 김 위원장이 회담 무산으로 한국을 불신하게 된 것도 평양선언 올스톱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정부가 지난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오판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며 “하노이회담 직후 북한이 미국에 5개 제재 완화를 요구한 걸 보면 북한은 애초 핵 포기가 아닌 영변 핵 폐기 수준의 핵 군축이 목적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있을 비핵화협상도 미봉적 합의에 그치면 9·19 평양선언 이행도 요원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향후 북·미 비핵화협상의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 복원과 평양선언 이행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요구하는 안전보장 문제에선 북미와 별도로 남북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있을 것”이라며 “비무장지대(DMZ) 종합개발계획 등 북한이 응할 경우 곧바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9-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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