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1차 미한 방위비 분담금 첫 협상 시작 “상견례 수준, 미국 요구 수준 파악하는 기회”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신각수 외교부 차관, 박원곤 한동대 교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제11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미국과 한국 간 첫 협의가 24일 시작했습니다.

내년부터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을 새롭게 정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날 협상에는 새로 임명된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 대표와 기존의 10차 협상 대표인 장원삼 한국 외교부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가 각각 참석했습니다. 한국 측 새 협상 대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25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새로 마련한 미군의 해외 주둔비 분담 원칙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전망입니다.미국은 주한미군 운용 비용으로 연간 50억 달러 안팎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이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이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수차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언급해 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t’s our allies that took the greatest advantage of this country. But now you finally have a president who understands I am not supposed to be the president of the world I'm supposed to be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앞서 한국의 언론들은 미국이 한국 측에 50억 달러 상당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합리적 수준의 증액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액수에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과 주한미군 인건비까지 포함됐다는 게 한국 측 판단입니다.

청와대는 현지 시각 23일 뉴욕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가 증가했고 방위비 분담금 역시 꾸준히 늘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간 분담금 증액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이번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하는 적정한 방위비 분담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과연 그 정도 액수를 전체 다 요구할 것이냐, 전체적으로 동맹 기여금 비용이라고 해서 큰 형태로 비용을 망라해서 요구한 것은 사실인데 그 중에 과연 얼마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방식으로 큰 액수를 불러놓고 그것을 통해 협상력을 높여서 최대치를 받아내겠다는 것인지,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겠죠. 그래서 이번 회담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미국이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 이번 회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차기 실무협상 대표 선정 등 적절한 대응을 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VOA에 미국이 한국에 주장한다는 분담금 액수가 사실이라면 과도한 요구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각수 전 차관] “보통의 경우라면 대개 물가 상승률 반영해서 하는데 통상적이라면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데 기존에 10억 달러 정도였는데 50억 달러를 내라고 하니 굉장히 파격적인 거죠.”

때문에 미국과 한국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어려운 교섭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협상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 전 차관은 덧붙였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장을 지난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협상을 통해 미국과 한국 간 적정한 수준에서 균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윤덕민 교수] “500%를 인상하는 그런 접근은 안 하겠죠. 불가능한 접근이고요. 적정 수준을 찾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 업그레이드하겠다, 많은 군사 무기 사겠다, 트레이드업 할 수 있는 것들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접점을 찾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면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통일안보센터장은 이번 협상은 상견례 수준으로, 서로의 원칙과 기본 방향 정도가 제시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한국 측 새로운 대표 선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이후 본격적인 다음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주한미군 인건비를 한국이 부담할 이유는 없다며 결국 인건비 등을 제외한 20억 달러 수준 이내에서 어떤 항목으로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가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적정하고 공정한 분담을 한다면 지난번 한국이 부담한 액수가 1조389억 원 정도인데, 거기에서 한 30%~50% 정도 증액하면 제대로 된 협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은 더 세게 부를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협상 카드가 나온다고 보지는 않고요. 서로 원칙을 만들고 항목을 정하고 그 항목별로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가 논의가 되면 그게 곧 액수거든요. 일단 한국 측 협상 대표도 좀 정해야 될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미국과 한국은 지난 3월, 올해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지난해보다 8% 인상된 1조389억 원(약 8억7천만 달러)에 합의했습니다.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2019-9-24]
https://www.voakorea.com/a/50962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