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트럼프 탄핵위기 북미협상에 영향?…'정치적 활용 vs 역풍 우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박원곤 한동대 교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미국 민주당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착수를 공식화하면서 곧 재개될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정치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북미협상을 활용할 동기가 생긴 반면 역풍을 우려해 섣불리 북한과 합의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실제 탄핵 가능성에 대해선 공화당이 상원을 차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많았다. 민주당의 공세가 탄핵 성사보다는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흔들기' 전략의 일환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북미협상에 두 방향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협상 진전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국내 정치적 위기의 돌파구로 삼으려 한다면 비핵화 협상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탄핵조사 국면이 북핵 협상에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북핵문제에서 성과가 나오고 3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큰 이벤트를 벌이게 되면 미국 국민들의 관심이 조금은 옮겨 갈 수도 있는 만큼 활용할 소지는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쇼'를 위해 김 위원장과 만날 경우 미국 내에서 역풍을 불러 오거나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양보하는 전격적인 합의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핵화 협상을 활용하려는 동기가 생길 수는 있지만 미국이 크게 양보를 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하노이 회담 때에도 국내 역풍이 노딜의 한 원인이었다"고 짚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국면전환 모색을 위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있지만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미국 내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을 우려해 합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에 더 신경을 쓰게 되면서 비핵화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이번 사태가 북미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 북한 이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 북미협상이 아직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든 상황도 아니라는 점에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실무협상 재개로 정상회담 일정이 가시화하는 등 진전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협상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협상이 아직 시작이 되지 않았고 구체화된 게 없기 때문에 당장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탄핵 이슈와 북미협상은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영향을 크게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적으로 수세에 몰릴 때 외교로 돌파하려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재선 기간 중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리모드 정도를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2019-9-25]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09251048762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