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창간5주년] 정상외교·정치권 교류 확대… 상호이해 스킨십 늘려라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명단에서 배제하고,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키로 하는 등 한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한일 갈등 문제가 양국의 입장에 첨예하게 갈리는 과거사 문제에서 촉발된 만큼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두고 불편한 관계를 맺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한국 대법원이 신일본제철주금(구 일본제철) 등 일본 전범기업들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더해 전임 정부인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던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해 구성된 ‘화해치유재단’을 피해자들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수렴 없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문재인 정부가 해산조치를 취하는 등 양국의 감정이 뒤틀린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갈등이 더욱 증폭됐다는 견해다.양국이 이러한 문제를 두고 양 극단으로 치닫는 숨의 의도는 무엇일까.

우선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게 되면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에 직결된 비인도적 행위에 의한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럴 경우, 단순히 한국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일제의 침략전쟁 당시 한국과 함께 피해를 본 북한과 중국, 동남아 국가들의 배상 요구가 빗발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위자료 등 배상액은 천문학적으로 뛰기 때문에 일본의 입장에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펴는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와 대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국가 간의 청구권은 소멸했지만 전쟁피해배상에 관련된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이 정치적 문제를 경제보복 행위로 나선 만큼,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국의 정치권에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한·반일 감정 조장도 한일 갈등을 좁히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은 반한 감정 조장으로 지난 7월에 있었던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다만 아베 총리가 숙원사업으로 생각하는 평화헌법 개정에 필요한 개헌 의석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개헌에 대한 미련을 벌이지 못하는 아베 총리는 반한 감정을 조장하고 한일 갈등을 최대한 활용해 평화헌법 개정에 미온적인 야당을 설득해 임기 내에 개헌을 이루겠다는 야욕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도 반일 감정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일본의 행태에 분노한 국민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움직임을 보이자,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여당 내부 보고서도 나온바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입장차가 수평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갈등 국면이 장기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국 정상외교는 물론 각 계층별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서의 아베 총리 발언들을 언급하며 “일본 아베 정부는 문재인 정권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게 생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일 양국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계기는 북한의 심각한 도발이나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 등 외부적인 요인 없이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한일 양국 스스로 갈등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상급 외교는 물론 정치권의 교류 등 다방면에서의 대화와 상호이해 관계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도 한일 갈등 관계가 장기적으로 흐를 것을 전망하면서 “올 연말에 북미 비핵화 협상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한일 갈등도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한일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올 연말 비핵화 협상에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남북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이고 그 측면에 한일 관계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예측했다.

[브릿지경제, 2019-9-10]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90911010008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