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비건 나섰지만… 전문가들 "당장 북미대화 가능성 희박"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이른바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한 대화 재개를 재차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6일 서울발 기사에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내년 재선 도전과 탄핵조사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의 대화 재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에 매긴 값을 낮추기 위한" 북한의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올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올해 말'을 미국 측이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등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해야 할 시한으로 못 박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등으로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달라졌지만 북한의 '연말 시한' 설정엔 변화가 없었다.

북한은 10월 초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에도 '연말 시한'을 강조했으며, 특히 이달 7일(현지시간)엔 미국의 거듭된 비핵화 협상 요구에 맞서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는 (미국) 국내 정치 의제를 위한 시간벌기용 속임수다. 비핵화는 이미 협상 테이블에서 치워졌다"(김성 유엔주재 대사)는 입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데드라인'(마감시한)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린 지금 우리 일을 해야 할 때"라며 "난 여기(한국)에 와 있고, 당신들(북한)은 우리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안다"는 말로 북미 간 접촉을 재차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회담을 위한 회담'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분명한 '양보'를 약속해야 북한도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무부 북한정보분석관 출신의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 연구원도 WSJ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들은 협상을 서두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 입장에선 비건 대표가 '연말 시한'을 일축, 사실상 최고지도자(김정은)에게 도전한 셈"이라고 언급, 미국에 대한 북한의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향후 대북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외교부 차관 출신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대립을 피할 것'이란 데 베팅한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은 '데드라인' 이후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 재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망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 1, 2019-12-16]
http://news1.kr/articles/?3794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