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핵 위협 상쇄할 우주·사이버전 능력 개발해야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국방력 강화와 새 전략무기 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길’을 천명했다. 북한의 노선이 달라진 만큼 한국과 미국의 공동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한·미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합의하지 못한다면 연합작전 대비 태세와 공동 위기관리 역량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2020년은 전시작전권 전환에 있어 중요한 해다. 지난해 8월 진행한 한국군의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에 이어 올해 한·미 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있다. 이를 통해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태세가 완전한지 점검한다. 지금까지 전작권 전환 과정에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먼저, 지난해 IOC 과정에서 한국군 대장이 최초로 책임을 지고 연습을 진행했으나 정치적 이유로 충분한 연합 훈련과 연습 과정이 제한돼 한계가 많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부정적이어서 전작권 전환 속도와 운영 방향을 정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포기 결심과 새로운 길 천명에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평화 프로세스 기조를 답습한다면 국방부와 합참이 상황 변화에 따른 플랜B를 준비하기 어렵다. 

전작권 전환이 가져올 심각한 문제는 ‘군사주권 회복’ 주장이 갖는 이중성이다. 전작권 환수는 주권국가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자 현 정부 정체성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적 압력과 전력 격차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3불(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망에 참가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반복되는 경고는 한국 군사주권에 대한 위협이지만 우리 정부는 동맹 차원에서 합리적 대안을 찾기보다 미·중 대결의 예봉을 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한반도 위기 맞아 한·미동맹 복원해야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다차원적 협조를 갖추는 게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중이 국제 질서 향방을 겨루는 패권 대결 속에서 중도적 위치를 표방하는 지금의 자세는 미래지향적이라 할 수 없다. 잘못하면 ‘게도 구럭도 다 잃는’ 최악의 결정이 될 수 있다. 우리 군의 전략적 지위를 지나치게 제한적인 프레임에 가두는 것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호한 행동은 잘못된 행동보다 당장의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선제공격 수단을 확보했다면 우리 군의 억제력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미국의 신뢰를 잃게 하는 선택은 전략적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전시 작전권 환수는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를 위협하는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은 세밀하게 준비돼야 하며 창의적 접근이 요구된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미 본토를 위협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훈련과 연습의 조건부 재개는 반드시 검토해야 하며 이를 분명히 사전에 밝힐 필요가 있다. 

새로운 위기관리 방안을 검토하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미동맹의 복원력 과시다. 특히 위기 대응에 있어 과거와 같이 한반도만을 대상으로 할지, 아니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동맹의 가치를 재정적 기여로만 판단하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전략적 차원의 큰 그림에 대한 국내 합의가 필요하다. 한·미동맹이 한반도에 국한된 범주를 넘어 세계로 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과의 지역·글로벌 협력이 중국의 의혹을 사거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다. 

한국이 한반도라는 제한된 지정학적 공간에 남아 있는 한 구조적 압박 요인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지구촌의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창의적 역할과 임무를 찾아 나설 때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교환할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 세계국가로의 선택만이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이나 중국이 추구하는 일대일로와의 접점 찾기는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를 반영해야 하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남북과 주변 4강, 우주 역량 강화 경쟁 

미·중은 우주 공간을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신기술 개발과 신기술로부터 자국군을 보호하려는 방어시스템 구축에도 치열한 경합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우주군을 독자적 군종으로 재창설한다. 사이버군사령부 창설에 이어 6번째 군종의 탄생이다. 일본도 소수 병력이지만 미국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우리도 ‘중기계획 2020~2024’에 정보·감시·정찰(ISR) 역량을 획기적으로 증강하기 위한 위성체계 도입 예산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일·러 등 주변국의 과학기술 역량에 비교하면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기술 격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북한도 2012년 5개년 우주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중앙군사위 보고 이후 각종 기관지와 언론 매체를 통해 인도 등 주변국 우주 역량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우주 역량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전략적 지위 상승은 우주에 대한 도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 

우리의 대응 전략은 우주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역량 부족은 대부분 비전 부족에서 기인한다. 주변 4강이 사이버·우주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예산의 허용 범위 안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도입을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모양새나 시기 같은 정치적 레토릭보다 중요한 것은 적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는 의지와 자신감이다. 북한이 우주기구를 설치하는 등 올해를 계기로 미래 비전을 세워 주변국과 경쟁을 선포한다면 우리는 상상력에서조차 그들에게 뒤지게 된다. 

한·미 훈련에 우주·사이버전 협력 넣어야 

과거 레이건 행정부에서 시작된 우주전쟁 계획이 많은 식자층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계획이 과학계와 산업계·교육계의 지지를 얻은 까닭은 대낮같이 환하게 적의 움직임을 감시 정찰하겠다는 비전과 의지가 설득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케이 리버와 대럴 프레스 등 미국 중견학자들은 2017년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근본적으로 상쇄시킬 반격(counterforce) 능력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기술은 전략이 뒷받침될 때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우주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대북 우위에 서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따라서 한·미동맹 활성화는 한반도를 벗어나는 지역적 범주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사이버 분야 등 도메인 경쟁으로 확대돼야 한다. 앞으로 우주·사이버전 협력이 연합훈련 범주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북한 신년사와 ‘새로운 길’ 주장을 접하면서 우리는 세계로 향한 지정학적 진출과 우주 개척뿐 아니라 핵 위협을 극복할 과학기술 상쇄전략(off-set strategy)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실질 군사력은 한·미 연합훈련의 바탕 위에 가능하다. ‘힘에 기초한 평화적 접근’이 모색돼야 한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리셋 코리아 국방분과 위원 

[중앙일보, 2020-01-17]
https://news.joins.com/article/23684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