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간안보’ 대두와 超黨협력 중요성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여당의 승리와 야당의 패배로 끝난 4·15 총선 결과를 놓고 원인 분석이 한창이다. 여야 모두 화려한 성공과 참담한 실패 뒤에 감춰진 민심(民心)을 제대로 파악해야 다음 번 승리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시야를 밖으로 돌려 대한민국의 안보를 챙겨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는 동안 북한의 위협과 같은 전통적인 ‘국가안보’ 못지않게 인간 개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인간안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범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는 한국만 방역과 치료를 잘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초기에 보건위기가 금융위기로 비화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었다. 이제부터는 국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 즉 경제안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 경제위기 심화, (탈원전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 식량 부족 등에 대처할 수 있는 포괄적 안보 역량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간안보가 중요해졌다고 전통적 국가안보의 비중이 작아진 건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100배 이상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북한 핵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북 정상외교가 가동 중일 때도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우리 주요 시설과 미군 기지를 사정거리에 둔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시험을 계속했다.

그런데 이를 방어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PAC-3)나 사드(THAAD)를 합쳐도 북한 미사일을 완벽히 막을 수 없으니 손 놓고 있을 것인가? 미국의 위성추적 시스템과 분리된 채 진행 중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는 완성 시점조차 요원하다. 미국이 본토 방어를 위해 지난 20여 년 간 추진해온 미사일 방어체제(MD)도 (다탄두 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포함해) 요격 확률이 50% 정도다. 그 부족한 부분을 핵무기와 최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보완한다. 방어(defense)와 억제(deterrence)를 혼합하는 것이다.

국가안보란 ‘절대적 안보’가 불가능하다고 이를 포기하고 적(敵)에 유화정책을 펴는 게 아니다. 대화 창구는 열어놓고 ‘상대적 안보’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자체 국방력과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 미래통합당이 진정 안보를 중시하는 야당이라면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하고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정부의 안이함을 질타해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자극을 받아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그나마 안보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미·중 간 전략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2007∼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중국 정부는 ‘미국의 시대’가 끝난 것처럼 비꼬고 인민해방군 장성들까지 방송에 나가 미국의 처지를 조롱했다. 그러다 2∼3년 만에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자 당황했고, 2011년 미국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전략적 초점을 옮기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또다시 미국이 코로나 사태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를 촉발시킨) 중국의 반응은 뜻밖으로 차분하다. 비판하면서도 미·중 협력을 강조한다. 이 미묘한 역사적 순간을 잘 읽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양자택일할 필요는 없다. 둘 다 중시하면서도, 한국 국가안보의 중심축을 한·미 동맹에 두고, 인간안보를 위한 국제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문화일보, 2020-04-20]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420010731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