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팬데믹이 한국안보에 끼칠 위험

신각수 前 주일대사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팬데믹이 되어 중국·유럽·미국·중남미·중동으로 중심지를 옮겨가며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이미 환자 800만명, 사망자 4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을 숙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전염되므로, 방역을 위해 이동과 접촉을 제한해야 한다. 이로 인해 코로나19는 보건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안보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는 이미 진행되고 있던 미·중 갈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첫 발생지로서 환자가 대량 발생했던 중국은 봉쇄·감시를 통한 강제 방식으로 조기 진압에 성공했다. 반면에 2개월의 여유가 있었던 미국은 방역 준비 부족으로 2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한국전과 베트남전의 미군 희생자 수를 넘는 10만명이 사망하고 40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큰 타격을 입었다. 5월 말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인종차별·실업·격리에 지친 미국인들의 전국적 항의시위와 소요를 유발하면서, 미국 사회가 분열과 혼란에 빠져 코로나19 진압이 더욱 힘든 상황이다. 11월 대선 형세가 어려워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초기 은폐 책임을 추궁하면서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축, 대중전략보고서 발간, G7 확대 구상 등을 통해 대중 연합전선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에 몰두하는 데 따른 공백을 틈타 마스크외교와 `전랑외교(wolf warrior diplomacy)`로 강력히 맞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5월 말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결정하면서 미·중 단층선은 무역, 기술, 금융, 군사, 남중국해, 대만, 위구르 등 확대일로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의 전략 환경이 더욱 유동적이고 불확실해진 가운데 우발적 충돌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미·중 분리가 심해지면서 한반도 안보환경 악화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편 미·중 관계 악화는 중국의 북핵 문제에 관한 입장을 후퇴시켜 작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래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교섭을 되살리기 어렵게 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의 행동제약은 북한에 `새로운 길`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도발의 유혹과 이에 따른 군사적 충돌 위험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항공모함 11척 중 4척이 운항 차질을 빚은 미국은 중국의 중거리 대함미사일 전력 강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소형·무인함정으로 전력 구성을 전환하는 것을 가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력 전개 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경제 타격과 이에 따른 재정적자의 격증으로 국방예산 감축이 불가피해지면서 핵전력 강화에 비중을 둠에 따라 재래식 전력 부문 약화가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역외균형 전략에 힘을 싣게 되어 향후 주한미군 장래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엄청난 경제사회적 파괴력을 통해 비전통 안보 위협인 팬데믹에 대한 우리의 대응능력을 배양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2월 코로나19가 대구·경북지역에서 대규모로 발생했을 때 우리 군은 간호부대 파견 등을 통해 초기 진압에 기여했다. 팬데믹은 국가 차원의 대응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민군합동대응을 지원할 군의 예비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스크 대란에서 보았듯이 팬데믹 대비 전략물자의 비축제도를 강구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보유한 막대한 생물무기에 대응하는 법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차제에 다른 비전통 안보 분야인 사이버공격, 테러리즘 등에 대한 대비도 종합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어 정상화되기까지는 2~5년 소요될 전망이다. 2020년대 초 전환기의 초불확실성 세계에 나타난 이 블랙스완은 우리 안보에도 복잡다기한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장기적 시야에서 차분하게 대응책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2020-06-17]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6/618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