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홍콩의 호소, 한국의 침묵

신각수 前 주일대사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채택된 홍콩 국가보안법이 7월 1일 시행됐다. 홍콩기본법 23조상 홍콩이 입법하도록 한 국가보안법은 2003년 입법원에서 제정하려다 시민 반발로 무산된 바, 중국이 직접 입법했다. 전격 조치의 배경에는 민주화운동의 직접 통제장치 도입, 코로나19로 인한 집회 금지, 무역협상에서 중국 조치를 묵인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그널, 국내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효과, 9월 홍콩 입법원 선거를 앞둔 선제조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내정간섭 방지, 중앙정부의 홍콩 국가안보처 설립, 국가안보교육 실시, 국가분열·정권전복·테러활동·외국세력 결탁 등 4개 범죄 처벌 등을 규정하고 있다.

반중 인사의 수사·기소를 위한 정보기관 설립, 조직·단체 처벌을 통한 홍콩에 대한 통제·감시 확대, 국가보안법의 홍콩 법률에 대한 우위, 행정장관의 관련 사건에 대한 법관 임명으로 사법의 독립 침해, 무기형을 포함한 중벌 규정, 영장 없는 수색·구속, 모호한 범죄구성 요건으로 자의적 해석의 위험, 국외범을 포함한 외국인 처벌 등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동 법은 2047년까지 홍콩이 중국의 일부지만 민주주의 체제와 기존 법제를 유지해 고도의 자치를 부여하는 `항인치항(港人治港)`을 통해 본토와는 다른 특수지위를 인정한 1984년 홍콩 문제에 관한 중국·영국 공동선언, 1990년 홍콩기본법의 내용과 충돌한다. 덩샤오핑 시대 중국의 경제발전과 통일전략을 위해 창안된 `일국양제(一國兩制)`는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23년 만에 `양제`가 무력화되고 `일국`만 남는 `홍콩의 중국화`로 향하면서, 홍콩의 자본과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헥시트(Hexit)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국제적 파장이 뒤따르고 있다. 심화되는 미·중 대립 전선에 마찰 요소를 추가했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신인도를 떨어뜨려 소프트파워를 약화시켰다. 미국은 홍콩인권민주주의법을 제정하고 관련 중국 인사에 대한 제재를 발동했으며, 홍콩의 특수한 지위에 따라 부여됐던 특혜를 취소했다. 과거 홍콩의 종주국이었던 영국도 1997년 반환 전 홍콩 거주인의 영국 이주를 받아들이고,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결정은 향후 유럽 국가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화웨이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영국·캐나다·호주는 홍콩과의 범죄인인도협정을 정지시켰다. 

G7은 외교장관 명의의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호주 등 27개국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만도 홍콩인 이주를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고 중국의 다음 목표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양안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향후 홍콩 당국과 중국 정부의 국가보안법 운용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사회와의 균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홍콩은 4위 수출대상지역으로 약 1만9000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우리와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기업 환경은 우리 경제에 중요하며, 50년 동안 보장된 일국양제가 무너지면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에도 심각한 타격이다.

우리 정부가 이런 중대한 사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시아에서 2개국밖에 없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민주화를 이룬 중견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국익을 해친다. 실질 이해가 걸려 있는 이해당사자로서 우리가 중시하는 원칙과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은 홍콩 국가보안법의 시행에 따른 재외국민 보호, 홍콩 이탈 외국기업의 유치, 무역·투자 영향 최소화 등 제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매일경제, 2020-07-29]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7/772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