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K-방역, 팬데믹 속 '희망'...세계화 지속 가능해“

이근 서울대 교수,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한국형 모델은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직면해서도 세계화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이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의 격월간지 '월드 투데이' 8·9월호에 게재한 '한국이 세계화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KF는 외교부 산하 공공외교 전문기관으로 글로벌 한국학 진흥, 국제협력 네트워킹, 문화예술교류 및 미디어 사업 등 외국과의 다양한 교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91년 설립됐다.

이 이사장은 "열린 경제에 적용 가능한 방역 모델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전 지구적 위기 발생 시 세계가 협력해 해결책을 마련하던 과거와 달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G7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국경 폐쇄, 봉쇄, 격리를 통해 감염병에 대응함에 따라 경제 활동이 중단되고 글로벌 연결성이 끊어진 상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향후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세계화가 퇴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감염병의 위협이 만든 새로운 환경에서 경제 활동과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개방적이고 투명하면서도 최소화된 제한조치의 국가 감염병 통제와 최대한 빨리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회복력이 요구된다고 이 이사장은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또 세계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 민족주의가 더 큰 추진력을 얻거나 글로벌 리더십의 무력화로 국제분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글로벌 리더십 패러다임이라는 창의적 대응을 통해 세계화를 되살리는 방안을 논의할 적기"라고 역설했다.

이 이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방역 체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이끄는 다자 간 대전략이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추적 기술이 결합된 감염병 통제 및 예방 체계 운용이 가능한 국가들이 'C7', 'C9'과 같은 가칭 'Creative X' 연합을 구성해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중에도 글로벌 가치사슬의 붕괴가 없는 세계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한국의 코로나19 극복 경험은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한국형 대응 모델의 핵심 요소로 풍부한 자원 및 역량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우수한 인터넷 인프라 △개인위생용품 대량 생산·유통 능력 △다수 병원과 숙련된 의료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생명공학기업 △국민의 높은 교육 수준 등을 가리킨다.

아울러 접촉·추적 기술을 접목한 '개방적' 통제 체계로 경제 활동 지속, 부의 적법한 개인정보 수집·활용 및 폐기 등도 거론했다.

이와 함께 이 이사장은 "한국형 모델은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직면해서도 세계화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며 한국형 모델은 민주주의를 보존하면서 세계 경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도 설명했다. 지난 4·15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정부의 방역 노력과 우수한 시민의식으로 단 1건의 지역감염도 발생하지 않은 사실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KF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치학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한국 협의회 의장,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아주경제, 2020-08-03]
https://www.ajunews.com/view/2020080310420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