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바이든 시대 한반도는 ... “미·중 경쟁 속 韓 향한 선택의 압박 커질 것”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위성락 前 주러시아대사,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윤영관 前 외교부 장관, 박영호 한반도포럼 위원장

미국 대선 투표 이후 닷새 동안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소송이란 변수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내년 1월 20일 바이든 당선인이 제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은 지난 4년 한반도 정세를 규정했던 주요 전제조건의 변화를 의미한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예상되면서 한국 정부 또한 대비가 필요하다.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는 8일 오전 긴급 좌담회를 열고 '미국 대선 이후의 정세 전망'이라는 주제로 바이든 행정부 집권 이후의 미·중 전략경쟁의 향방을 예측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보는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김성한 고려대 교수, 박영호 한반도포럼 위원장,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가나다 순)이 참석했고, 김수정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콘텐트제작에디터의 사회로 토론을 진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과 이번 대선의 의미는

윤영관 전 장관=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키워드는 분노였다. 대선 당시부터 '러스트 벨트'의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를 딛고 당선됐고, 이들 지지층을 의식하며 지난 4년 동안 정치해왔다. 그 결과 세계 질서는 불안정·불확실해지고 동맹은 약화되고 미국이 대변했던 자유주의적 가치는 훼손됐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분열이 심화됐다. 이제 이것을 일단 종식 시키는 상황이 오게된 것인데, 과연 바이든 정부가 여러 어려움과 후유증, 혼란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지가 큰 과제다.

위성락 전 대사=트럼프 대통령은 반체제적 포퓰리즘에 기초해서 집권했고 통치했다. 그런 접근은 미국의 전통적인 대통령과는 거리가 있는 이단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포퓰리즘과 트럼피즘이 아직 상당히 견고하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앞날이 녹록지는 않다.

안호영 총장=요즘 미국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 '트럼프가 져도 트럼피즘은 남아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고립주의 전통은 굉장히 강하다. 트럼피즘과 미국의 전통적 고립주의가 결합한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어려운 과제를 받아 들었다.

바이든 당선인 우선 과제, 차기 행정부에 대한 기대는

위=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이슈다. 또 경제를 어떻게 살리느냐다. 마지막으로 '화합'이 가장 주요 과제일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겨우 선거에서 이겼지만 동북부와 서부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국제주의적 미국'이 있고, 중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고립주의적 미국이 있다. 이 세력은 거의 비슷하다. 이들을 화합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안=바이든 대통령이 어제 프라임타임에 TV에 나와 4가지 이슈를 이야기하더라. 첫째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 둘째는 경제 위기, 셋째는 인종 화합, 넷째는 기후 변화였다. 이것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우선순위 과제라고 본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바이든은 어떻게 중국을 다룰까

윤=기본적으로 트럼프가 국제 정치에서의 리더십 포기하면서 힘의 공백이 생겼고, 거기에 다른 액터(중국)가 힘을 쓰면서 새로운 룰을 만들었다. 바이든은 이런 상황이 결코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이를 위한 미국의 기본 전략은 다자주의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대해 압박을 해서 국제정치 질서 회복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김성한 교수=다자주의와 다자협력 구분해서 중국을 정치·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다자주의적 연합을 도모할 것이다. 반면 기후변화라든지 인류의 보편적 복지에 영향 줄 수 있는 보건·안보 문제는 중국과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체제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자제할 전망이다. 핵심 키워드가 '기술 패권'인데, 이 문제와 전통 문제 분리하면서 특히 5G나 AI 등의 기술에서 철저하게 중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위=바이든도 지금의 대중 견제 정책을 유지하지 않겠느냐. 트럼프 정책에 대해 찬반이 갈리지만, 중국 정책만큼은 대규모 지지를 얻었다. 그래서 전체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도자들 사이의 관계를 보면 바이든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바마 정부 시절 미·중관계에 대해 서로 직접 머리 맞대고 다룬 적이 있다. 그때 축적된 게 있으니, 리더십 차원에서의 개입이 이뤄지면 타협점을 찾아갈 가능성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중갈등 속 한국이 취할 입장은

윤=미·중관계가 대결적으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포지션을 생각할 때 2가지 염두에 둬야 한다. 하나는 한국만 그런 위치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것, 둘째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빨리 미·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달려가야 할 때는 아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오면 1년 이내에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참여해 미국과 연대하는 모습 보여주면서도, 한미동맹의 타깃을 중국 등이 아닌 한반도에 국한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위=바이든은 중국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루면서 동맹인 우리에게 입장 표명을 명료하게 하라는 압박이 상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 안보협력체) 및 클린 네트워크 등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바이든 시대,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김=북핵 문제에 대해 바이든과 트럼프의 차이는 상향식이냐 하향식이냐의 접근방법 차이다.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좋은 전문가를 많이 데리고 있으니 상향식 접근법을 택할 것이다. 그렇지만 김정은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자신의 입장(부분적 비핵화와 핵심 5개 유엔 결의 해제 교환)을 전혀 바꿀 의사가 없다. 그 점에서는 바이든 행정부도 비슷한 입장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윤=북한 문제가 바이든 정부에서 뒤로 미뤄진다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상당하다. 아마도 바이든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양자가 아닌 다자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북한과 양자 협상을 해서 결과가 나왔는데 북한이 이를 안 지키면, 미국 입장이 어려워지고 미국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미·북관계가 바이든 취임 후 상당 기간 별일 없을 공산이 큰 반면, 북한이 대남 단절 상태에 대해서는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도발하되 한국 쪽에 대해서는 접촉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한·미동맹과 관련해 방위비분담금을 제외하고 다른 이슈는 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세간에서는 바이든이 집권하면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없어지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미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군사력을 재배치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건 정권과 관계없이 진행되는 국방부의 교리다.

한·일관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위=한·일관계와 관련해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 했던 말을 보도하며 우리한테 유리할 것처럼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데 큰 오판이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 공격할 때도 "한·일 관계를 방치했다"고 공격했다. 바이든은 이제 방치하지 않고 개입할 텐데, 아마도 우리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징용문제 해법 내고 선제적으로 풀어가는 게 기술적·전략적으로 낫다. 그래야 "일본하고 관계도 풀었는데, 제3자(중국)를 몰아세우는 건 안 좋을 수 없다"고 할 말이 생긴다. 일본과의 관계를 그냥 두면 우리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김=한·일협력은 미국에 초당적 이슈다. 중국이나 북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동맹국 연합과 민주주의 연합 강조하는 바이든 입장에서는 싸울 가능성 있는 동맹국을 한국과 일본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해결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중앙일보, 2020-11-09]
https://news.joins.com/article/23915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