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文정부엔 부담스러울 바이든식 대북접근법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국제학연구소장

조 바이든의 당선은 미국은 물론 세계의 많은 이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분열된 미국을 `통합`으로 이끌겠다는 메시지와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미국 `리더십 복원`의 의지가 돋보인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바이든은 국제 문제에서 분명 트럼프와는 다른 접근법을 택할 것이다. 먼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사실상 국제 문제에서 고립주의적 후퇴를 보여주던 도널드 트럼프와는 달리, 바이든은 미국 동맹국들과의 견고한 네트워크 구축과 안정적 국제 관여를 복원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거친 압박보다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규범적 견제 방식을 취할 것이고, 한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가 간 협력을 북돋울 것이다.

국제관계를 거래로만 보면서 양자 간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챙기려던 트럼프와는 달리, 바이든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적 네트워크 재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WTO, NATO, IMF 등 국제기구의 적극 활용은 물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것이고, 인도·태평양전략, TPP, Quad Plus 등 지역 문제에 대한 다자적 접근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규칙과 규범 따위는 사치라고 내팽개쳤던 트럼프와는 달리, 바이든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복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에너지, 인권은 물론, 핵군축 및 무역통상 영역에서도 미국의 리더십 복원 노력은 강화될 것이다.

리얼리티 쇼와 같이 대담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모험을 시도했던 트럼프 시대에 비하면, 바이든 시대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국제질서로의 회귀가 예상된다. 하지만 바이든 시대가 우리에게 편안하고 녹록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바이든 시대에도 중국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고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물론 과도한 방위비 부담 요구나 터무니없는 통상압력은 줄어들 것이다. 중국을 은근하게 압박할 수 있는 `민주주의 동맹 네트워크 재건`을 위해 한일 간 접근을 종용할 것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 TPP, Quad Plus 등에 동참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미·중 사이의 전략적 모호성 유지나 선택의 회피는 한국이 민주국가연합으로부터 이탈한다는 인식만 높여줄 뿐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원칙주의적 관여` 전략을 펼 공산이 크다. 그 핵심에는 비핵화라는 흔들리지 않는 목표가 있고 핵 포기 의사가 확실할 때에만 제재 완화 등 반대급부를 논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신뢰가 훨씬 약한 바이든 정권은 비핵화 추진 방식도 `톱다운`보다는 `보텀업`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평화이니셔티브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현 정권에는 바이든의 대북 원칙주의가 훨씬 더 부담스러울 공산이 크다.

바이든 정권은 한일관계의 전면적인 복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바이든은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과거사 부정 등 수정주의적 움직임에 쐐기를 박을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도 과거사를 전면에 내세운 반일의 기치를 약화시키라고 경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협력을 촉구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갈등에 휩싸인 한일관계를 어떻게 넘어설까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외교적 비난의 화살은 한국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시대에 대비한 견고한 외교전략의 재성찰이 필요한 때다.

[매일경제, 2020-11-11]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11/1155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