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文정부 비핵화 견인 불발, 한미동맹 약화 자충수만 둬”

-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소장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 안보와 글로벌 개발 협력을 두 축으로 학회를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9일 한국유엔체제학회 제8대 회장에 취임한 이신화(56·사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유엔체제학회(ACUNS)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유엔체제학회와 함께 긴밀히 협력해 공동 학술연구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학회는 유엔을 비롯한 다양한 다자적 체제와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통해 국제협력과 세계평화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1999년 설립됐다.

이 교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함부로 핵 카드를 휘두르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잘 유지하고 북핵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비핵화를 견인해내지도 못하면서 제재 약화와 한·미 동맹 약화라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며 신속한 정책 전환만이 핵 없는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했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지난 2017년 12월 방북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극비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했고, 그로부터 6개월 후에 싱가포르에서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최근 BBC 보도를 언급하며 이 교수는 “이러한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손꼽는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있어서의 우리 정부 역할론도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미·중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거나 남북관계나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외교를 도구화한다면, ‘코리아 패싱’을 자초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동맹을 얘기하고 있어요.” 영국·호주·일본처럼 미국에 신뢰를 주는 동맹이 되려면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시절 유엔 르완다학살 독립위원회 특별자문관과 유엔 사무총장 평화구축기금 자문위원, 세계유엔체제학회 집행위원 등을 지내는 등 우리나라 최고 유엔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일보, 2021-02-23]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2230103293617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