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복 땐 결연히 대응해야, 미국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신각수 주일대사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중국이 불만을 갖고 사드 보복 때처럼 나온다면 결연히 대응해야 합니다. 미국도 분명하게 한국을 지원할 것입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지난 24일 매일경제 논설실과 한미 정상회담을 주제로 화상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신 전 대사는 외교통상부 1차관과 장관 직무대행을 거친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로 손꼽힌다.

 

중국은 한미 정상이 지난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힌 데 대해 24일 외교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라며 "관련 국가들은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대사는 "중국의 반응에 따라 침착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지금부터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중국에 대해서는 너무 겁을 내서도, 너무 경시해서도 안된다는 게 우리의 기본자세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경선 논설실장을 비롯한 매경 논설위원들이 신 전 대사와 일문일답한 내용.

 

Q=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동맹을 강화했다. 대만 문제까지 언급했다. 중국이 이에 불만을 품고 매우 강경하게 나온다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중국이 보복한다면 국내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보니까, 상당히 조심스럽게 경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게 외교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을 축으로 우리 외교를 꾸려나가겠다는 방향 전환의 의미가 담겨 있다. 방향 전환에 따른 비용과 부담은 감내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중국의 압력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

 

사드 때처럼 중국이 한국에 보복한다면 미국도 분명하게 한국을 지원할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당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 안에서도 상당한 반성이 있다. 미국은 동맹을 중시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는데, 한국이 중국에 당하는데도 가만히 있는다면, 대중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신기루가 될 것이다.

 

Q=우리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중국을 의식했을 것 같은데.

 

"정부가 중국을 배려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후에 내놓은 공동성명은 중국을 다섯 번이나 지칭했다. 강한 톤으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으로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대중 견제망에서 한국을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사드 때처럼 한국을 압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할 수 있다."

 

Q=중국이나 북한에 특사를 보내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는데.

 

A=특사 파견은 반대한다. 정상적인 외교 채널로 중국에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알려주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면, 그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미국 워싱턴에 특사를 파견하는가.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 특사는 과잉이다. 북한은 우리가 특사를 보낸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다.

 

Q=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중국에 경사돼 있다는 의심을 받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명하게 한미 동맹으로 무게 추를 옮겼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첫째,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중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미국 측의 (동맹 강화) 희망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게 아닌가 싶다. 둘째는 내년 대선과 관련이 크다. 한미 동맹이 삐걱대면 내년 대선에서 중도층을 잡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우리 경제에도 상당히 주름살이 올 것이다. 셋째는 백신이다. 미국의 백신 기술과 우리의 제조 능력을 합치면 한미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세계 차원에서 백신 접종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의 백신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Q=미국이 한국 장병에 대한 백신 지원을 제외하고는 백신 직접 지원을 밝히지 않았다. 백신은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지적도 있다.

 

A=미국은 세계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만 백신을 더 주겠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마치 가능한 것처럼 정부가 홍보한 측면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백신 파트너십을 통해 우리 나름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팬데믹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백신을 제조하고 공급하는 게 우리 바이오산업에 큰 이득이다. 그럼 점에서 의미가 있다.

 

Q=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고의 성과를 꼽는다면.

 

A=동맹이 재활성화되고 그 외연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 전체로 동맹의 외연이 공간적으로 확대됐다. 한미 동맹을 재활성화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유동적이고 불가측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지렛대를 만든 것이다. 한미 동맹은 우리에게 전략적 자산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한국과 미국 간의 기술 파트너십이다. 가장 기술이 풍부하고, 6조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쓰는 미국과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 혁명에 대응하는 우리의 능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가 신기술 분야에서 함께 미래를 열어가기로 했다는 점에서 동맹의 외연이 시간적으로도 확장됐다.

 

Q=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부족한 점을 꼽는다면

 

A=북핵 문제다. 정체 상태에 있는 비핵화 교섭 회담을 재가동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는 우리 기대에 못 미친다. 비핵화 교섭이 시작이 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북핵 위협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공동성명에 없다.

 

Q=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한국의 쿼드 참여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은 쿼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전환기 시대에는 틀이 바뀐다. 그 틀 안에 들어가야 한다. 틀밖에 있으면 규범을 만드는데 참여하지 못하고 규범을 받아들이는 입장이 된다. 우리 국익이 반영된 다자 틀에 못 들어가기 때문에 상당한 손해가 된다. 지금은 마지못해 끌려가는 인상도 주고 있다. 하루빨리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자 틀에 참여해 우리의 중견 국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Q=한국이 쿼드 가입을 원한다고 해도 가입이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기존 가입국이 쉽게 한국의 가입을 받아들일 것인가.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한국이나 캐나다, 동남아 일부 국가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 쿼드 내부에서도 쿼드의 장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쿼드에 가입해 그 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한국이 적극 활동하겠다고 하면 반대할 것 같지 않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적극적 활동을 원한다."

 

[매일경제, 2021-05-25]

https://www.mk.co.kr/news/politics/view/2021/05/502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