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이든, ‘동맹의 부활對中협공·중 경쟁 전선, 동남아 동북아 北上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날아가 미국의 귀환을 전 세계에 고하면서, 앞으로 국제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세계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대중 압박기조는 승계하되, ‘미국 우선주의전략은 폐기한다는 것, 그리고 강력한 동맹을 통해 중국을 좌와 우, 동과 서에서 협공하며 글로벌 질서에 순응하도록 변환을 끌어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바이든 시대 세계전략

 

바이든은 13일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직후 미국은 가장 심도 있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세계를 함께 이끌기 위해 테이블로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귀환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였다. G7 공동성명의 키워드는 중국의 인권 침해, 투명성 결여, 그리고 러시아의 불안 조성 행태였다.

 

이어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참가국들은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공식화했고, 대중국 견제를 반영한 전략 ‘NATO 2030’을 수립하기로 했다. 규칙이 지배하는 국제질서에서 중국을 구조적인 도전으로 규정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사이버 공격,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등을 거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뒤이어 15일 개최된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할 무역·기술위원회(TTC)’ 신설에 합의했다.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더불어 미래 핵심 산업기술 분야로의 진입을 통제하는 작업이 범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이 유럽 방문을 통해 발신한 메시지들을 종합하면 미국의 세계전략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귀환은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와 동맹을 방기했던 상황을 종식한다는 것이다.

 

동서·좌우의 대중 압박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러시아, 이란과 함께 기존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정의했지만, 역설적으로 그에 대응하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모습도 수정주의적이었다. 보호주의적 색채를 강화하고, 다자주의를 경시하며, 동맹국들을 박대한 것은 전후 70여 년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였다. 즉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는 시각을 공유하면서도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자유주의적 질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면서 동맹 및 파트너국들과 함께 체계적이고 복합적으로 중국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그 한복판에 중국의 21세기판 유라시아 전략인 일대일로 구상(BRI)이 있다. 중국은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상에 위치한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특히 인프라 건설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문제는 이런 일대일로 구상이 미국의 눈에는 일부 저개발 국가를 빚의 덫(debt trap)’에 빠뜨리는 계략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번 G7 정상회담을 통해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40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구상(B3W)을 내놨다. 서구판 인프라 지원 구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개도국의 마음을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를 동쪽에선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로 저지하고, 서쪽에선 나토로 압박해 좌우 협공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봉쇄에서 변환으로

 

2020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당선된 직후 중국과 EU 간 투자협정이 체결됐을 때만 해도 중국의 능동적 움직임이 미국을 압도하는 것으로 비쳤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올 1월 공식 출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 기조를 승계함과 동시에 트럼프의 수정주의적 방식과는 다른 대응전략을 선보이자 유럽 국가들이 미국 쪽으로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번 G7, 나토, EU 정상회담에 미국이 열성적으로 참여해 인·태 전략에 대한 유럽의 접근, 더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행태를 바꾸도록 압박하는 변환전략의 틀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냉전기에는 미국이 경제적 단절과 군사적 압박을 통해 소련의 붕괴를 기다리는 봉쇄전략이 가능했으나, 현재의 미·중 관계는 경제적 단절이 불가능하므로 군사·경제·기술 분야의 복합적 압박을 통해 중국의 행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EU TTC 신설은 현재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정보통신기술 네트워크 구축이 유럽을 포함한 범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될 것임을 암시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로부터 완전히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승계하지 않았다. 중국을 분야 구분 없이 무차별적으로 디커플링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신기술 분야만큼은 중국의 접근을 막고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끼리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중 전략경쟁 전선의 北上

 

한국이 이번 G7 정상회담에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초청을 받은 것은 이런 거대한 체스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는 기대에 따른 결과다.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 국가인 일본, 호주, 한국이 나토의 대중국 압박 전선을 모른척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영국이 한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10개국 회의(D10)’를 제안했는데, 한국이 참여를 원한다면 미국과 대서양 동맹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압박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한반도를 넘어 남중국해 지역까지 전략적 지평을 확대하고 자유주의 세력과의 공조를 통해 수정주의 세력의 행태를 변환하는 데 일조하라는 요구다.

 

트럼프 시기까지만 해도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은 동남아시아의 육지와 바다였다. 그런데 바이든 등장 후 신기술 및 반도체 전쟁이 미·중 간에 벌어지면서 대만, 한국, 일본이 위치한 동북아로 전선이 북상하고 있다. 지난 5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 직후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한·포괄적 전략동맹에 부합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대만을 언급하고 동맹의 외연을 확대하자는 미국의 기대에 한국이 잘 부응한 것 등이 그 예다. 이것이 레토릭으로 끝날지 아니면 미국의 귀환에 따른 구체적 후속조치로 연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일보, 2021-06-17]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61701030242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