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비핵화는 환상·허울실질적 핵폐기 전략모색해야

김천식 (통일부 차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30주년 - 전문가 진단

 

1991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전 세계는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북한의 핵시계는 여전히 위협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비핵화라는 정책 프레임 자체를 폐기할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 북한 핵개발로 허울에 불과해진 비핵화가 아니라 구체적인 핵 폐기전략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 새로운 대북 이벤트를 무리하게 모색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필요성도 밝혔다.

 

비핵화 전략 폐기하고 핵 폐기 전략 모색해야 =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1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인데 비핵화란 말을 쓰게 되면 마치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환상만 심어준다우리 접근 방식도 30년 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벗어나 이제는 (북한의) 핵 폐기를 중심에 두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기존에는 핵개발을 막는 비핵화 프레임 원(one)트랙이었다면, 이제는 기존의 핵에 대한 핵 폐기까지 다루는 투(two)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비핵화 협상에서 핵 폐기까지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1991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비핵화 원칙, 9·19 공동 성명, 제네바 합의 등 그간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우리와 미국, 전 세계의 노력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북한의 핵을 제거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 동맹에 기반한 북핵에 대한 대응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더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그럼에도 외교적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미 동맹을 통해 (북핵에 대한) 대응력을 훨씬 적극적으로 확충해야 하고 또 외교적인 해법을 위한 노력을 하되 중국과의 관계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도록 미국과 철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핵 보유를 인정받기 위해 우리를 더욱 압박할 것이라며 그럴수록 우리는 기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 비핵화로 이끌 수 있게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원칙 지키는 외교 해야” =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임기가 반년 남은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비핵화 원칙을 철저히 견지하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차기 정부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원칙을 지키는 외교를 펴야 한다단순 이벤트로 지지자들을 모으고 선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면 북한이 이를 역이용할 가능성이 크고 한·미 간 이견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임기 말 대북 전략이 외교적 쇼를 통해 이벤트를 벌이는 것이라면 의미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교수는 임기 말에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고 차기 정부가 움직일 공간을 없애버릴 수 있다지금 얘기되는 종전선언, 베이징동계올림픽 활용, 대북제재 일부 해제 주장 모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후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화일보, 2021-11-01]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11010103553012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