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근 “삼성·SK 中 반도체 공장 문 닫더라도 對中 전선 적극 동참해야”

- 이근 (서울대 교수, 前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한일(韓日) 동맹을 포함해 자유주의 진영국들과의 다양한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핵무기가 없으면 한국은 중국의 ‘천하(天下)’ 밑으로 들어간다.”


“미국, 일본 등 정치 선진국과 1년에 한 번 합동 국회나 합동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중견 국제정치학자인 이근(59)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최근 주장한 내용이다.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대에서 국제협력본부장, 국제학연구소장을 지냈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한국협의회 의장 등으로 일한 ‘국제통(通)’이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민간 싱크탱크인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을 맡았고 2019년 9월부터 3년동안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약칭 KF) 이사장으로 봉직했다. 이 교수는 한때 사드(THAAD·高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고 대북(對北) 햇볕정책을 옹호해 ‘중도진보’ 학자로 분류됐다.


◇시진핑·푸틴의 ‘제국 야망’이 세계 不安 낳아

하지만 그는 작년 10월 초 보수우파 보다 더 단호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제기했고 올들어 진보세력의 문제점을 정면 비판하며, ‘한일(韓日) 동맹 체결’ 같은 금기(禁忌)를 깨는 담론을 내놓고 있다. 입장이 바뀐 이유를 기자가 묻자, 이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탈(脫)냉전 이후 나는 줄곧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우월함과 ‘시장(市場)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가설을 믿었다. 그러나 중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잘 정착하는 나라이며, 사드 배치로 한국이 ‘중국 시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당시 생각은 오판(誤判)이었다.”


기자는 이달 22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이근 교수를 만났다. 이달 24일 개전(開戰) 1주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 질문으로 시작했다.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이라면?


“세 가지이다. 먼저 주권의식이 강한 민주주의 국민국가를 상대로 한 점령 전략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핵 보유 강대국은 본토를 안전 지역으로 보호받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 못하는 것은, 핵 강대국간에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토와 세력권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중국의 멈출 줄 모르는 야망(野望)이다.”


-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중·러의 도전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2차 세계대전후 제국들이 해체되고 ‘통합된 세계 시장’이 디지털 혁명과 에너지 전환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시사(示唆), 북한·이란의 핵 개발 등으로 세계는 지정학(地政學)과 ‘안보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권위주의 세력이 연대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현상 변경을 꾀하고 있다. 제국 DNA로 무장한 ‘현대판 전제(專制) 군주’인 시진핑과 푸틴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자유주의 진영은 시진핑 이전(以前)과 초기 푸틴 단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한국, 자유주의 국제질서 회복에 더 참여해야”

- 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문제의 뿌리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반열에 오르려는 시진핑이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중화제국(中華帝國) 부활 꿈을 노골화하고 있어서다. 이로써 러시아는 핵심 자유주의 국가들이 모여 있는 서유럽에, 중국은 한국·대만·일본 등 기술산업 국가가 집결한 동아시아에 각각 칼을 꽂아놓은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자유주의 국제질서 세력과 권위주의 세력간의 단층(斷層)선이 그어지고 있다. 첨단 기술과 상품 등의 수출입 차단(제재), 진영내 동맹·협의체 발족, 중동·중남미·아프리카 등 제3지대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매력 공세(Charm Offensive) 경쟁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국가전략은 어떻해야 할까?


“무조건 자유주의 국제질서 회복이 최우선 목표이자 전략이 돼야 한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대한민국이 70년간 번영과 평화를 이룬 가장 중요한 핵심 토대이다. 사람과 좁은 영토만 있는 대한민국에게 자유로운 세계 시장(市場)은 절대적이다. 이게 사라지면 자유와 번영을 향유(享有)할 수 없다.”


“자유주의 국가들과의 연합전선에 적극 동참하면서 러시아·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우리의 대응 의지(意志)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는 우리 스스로 모든 카드를 묶고 시종일관 중국, 북한에 저(低)자세였다. 정부와 정치권이 당장 못한다면 학계라도 해야 한다.”


◇“나토, EU, 아세안과의 전략적 관계 심화해야”

- 지금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말인가?


“다소 그렇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로 가장 혜택을 많이 보는 국가가 한국이고,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필수적인 공급망들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한국은 한미(韓美)동맹 하나에만 매달리고 있을 뿐 대(對)중국 견제를 포함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수호와 회복 노력에 소극적이다.”


이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쿼드(QUAD)에도 못 들어갔고, 나토(NATO)와 긴밀한 것도 아니고,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과도 깊은 전략적 관계가 아니다. 특히 대만 해협에서 억지력을 높이는데 한국도 동참해야 우리가 나중에 중국·북한을 상대할 때 국제사회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대만 문제를 ‘먼 산에 불구경’ 하듯 해선 안 된다.”


- 이런 행태는 중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 아닌가?


“좋게 표현하자면 미·중(美中)간 줄다리기로 한국의 실리(實利)를 극대화하자는 발상에서다. 그런데 이것은 실리주의도, 현실주의도 아니고 이상론(理想論)적 접근으로 몽상(夢想)에 가깝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외면당해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컨대 우리가 중국을 상대할 때 ‘자유주의 국가들의 연대(連帶)’라는 뒷배가 있을 때와 혼자일 때는 차이가 크다. 우리가 자유주의 진영 편에 확실히 있으면, 중국의 경제 제재에 자유주의 국가들이 한국 편을 들어 보상해주거나 힘을 합쳐 중국에 역(逆)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단독일 때는 중국에 휘둘리고, 미국으로부터 공급망과 핵심 기술에서 배제당할 공산이 매우 높다.”


◇“미·중 양쪽서 이득 챙기려다 외톨이 될 것”

- 자유주의 진영, 특히 미국에 밀착했다가 한국 총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과 피해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중국 비즈니스를 하는 일부 인사들과 반미(反美)·반(反)서방 성향의 좌파인사들이 그렇게 주장한다. 세계가 ‘시장’ 중심으로 돌아갈 때는, 한국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통했다. 그러나 경제와 안보가 일체화되고 중국에 제재 전선(戰線)이 그어지는 국면에서, 한국만 양쪽 모두에서 이득(利得)을 챙길 방법은 없다.”


- 미국의 제재로 중국내 삼성·SK 반도체 공장이 ‘무용지물(無用之物)’ 또는 ‘싸구려 시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도 미국을 택해야 하나?


“자유주의 진영 대(對) 권위주의 변경 세력 간의 대결은 3년, 5년이 아니라 10년 넘게 지속될 수 있다. 단기적인 시장 손실, 매출 감소 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유주의 진영 편에 확실히 서야 한다. 해당 기업들은 최악에 대비한 ‘플랜(Plan)B’를 마련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국 정부는 자유주의 국제질서 회복을 앞당기는 국제적 노력에 더 과감하게 동참해야 한다.”


◇“中 경제권 속하면 한국은 힘없는 속방될 것”

이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진짜 심각한 것은 우리가 미국에 애매모호한 중립적 태도로 대응하다가 패싱(passing)당해 의도와 달리 중국 세력권에 편입돼 버리는 사태이다. 우리가 중국 경제권에 들어가면, 중국에 대한 ‘의존(依存)’이 미국쪽 보다 훨씬 높아진다. 한국 국민과 정부, 기업의 자유와 자율성이 크게 제약받고, 경제를 ‘무기화(武器化)’한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그는 “이렇게 되면 한국은 중국의 영향권 안에서 굉장히 힘이 약하고, 정치·경제적 주권(主權)은 이름 뿐인 변방의 작은 나라[小國] 즉 속방(屬邦)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치권과 학계에선 신흥 대국(大國)인 중국과 잘 지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하다.


“중국의 ‘속셈’에 의도적으로 눈감고 하는 순진한 얘기이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과거 청(淸)나라 영토와 제국의 부활이 목표이다. 서방 세력을 쫓아내고 동아시아는 물론 유라시아 대륙을 중국 천하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중국·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제국주의 세력이 세계 정치를 주무를 경우, 한국에 유리(有利)할 게 하나도 없다.”


-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주창하고 있는데.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니 우리도 맞불로 핵무장하자는 게 아니다. 중국·러시아·북한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하는 동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은 핵 하나 없이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핵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미국 등에 납득시켜야 한다.”


그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비밀리에 핵개발 준비를 마쳐놓고 필요시 최단시간에 핵무장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진보진영도 북한과의 관계개선 또는 교류를 원한다면 우리도 핵을 갖고 있어야 그게 더 용이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핵 무장하려면 北·中 돕는 利敵 세력 척결해야”

- 미국이 한국을 전폭 신뢰해야, 한국의 핵무장이 가능하지 않나?


“당연하다. 문제는 한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노선이 ‘왔다 갔다’ 한다는 점이다. 중·러를 상대하라고 핵무기를 갖도록 했는데, 친북·친중 정권이 들어서면 그 핵이 오히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을 면담하지 않고, 시진핑 총서기 연임때는 민주주의 국가들 중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낸 것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미국과의 신뢰성이란 측면에선 아쉬웠다.”


이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 중국에 기대어 이적(利敵) 행위를 하는 세력을 확실히 척결해야 한다. 중국이 국내 정치권에 깊숙이 들어와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 이적 세력을 확실히 제거해야 미국이 한국을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의 핵 무장을 이룰 책략(策略)이 있나?


“한국의 핵이 일본, 유럽 등이 핵 공격을 받을 때도 쓸 수 있는 ‘글로벌 확장 억지 수단’이라는 논리로 설득하는 게 한 방법이다. 또 하나는 미국·호주·영국 3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오커스(AUKUS) 같은 안보협의체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이 가입해 코커스(KAUKUS)로 확대해도 좋다. 이 경우, 한국도 핵잠수함 보유국이 되는데 이는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핵 보유에 준하는 단계까지 가는 묘수(妙手)이다.”


그의 이어지는 말이다.


“이달 중순 방한(訪韓)한 데이비드 라일리 미국 해군연맹 총재의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핵 잠수함’이라는 큰 선물을 받게 된 데는 호주가 대중(對中) 전선의 선봉에 서서 미국의 대중 전략에 기여한 점이 반영됐다’는 발언은 여럿을 시사한다. 한국의 핵이 한미동맹과 자유 진영 방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도움이 됨을 인정받아야 한다. 동시에 각종 국제 문제에서 한국은 분명하고 일관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


◇韓日 동맹의 3重 효과

- ‘한일(韓日) 동맹’론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한일 동맹은 두 나라가 중국 세력권으로 빨려들어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로 미군이 아시아에서 후퇴 또는 철수시 생기는 군사적 공백과 불안도 해소할 수 있다. ‘한일 동맹’이 이뤄지면, 아시아에 한국·일본·중국이라는 사실상 3개의 강대국이 생겨 한국이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면 동아시아 질서를 논할 때 한국이 빠지지 않게 된다.”


- 한국이 ‘강대국’으로 인정받는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사실 한국은 강대국 요건을 많이 갖추고 있다. 선진국 모임인 OECD,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G20, 인구 5000만명 이상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는 ‘3050클럽’에 모두 들어가 있다. 군사력은 세계 6위,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다. 동계·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모두 유치했고, K컬쳐는 세계 시장을 석권할 만큼 문화적 역량도 뛰어나다.”


이 교수는 이어 말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꾀하는 약소국·중견국 외교나 의병(義兵)정신과 위안부, 안중근 의사만을 얘기하는 단계를 넘어야 한다. 일본 메이지유신처럼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강대국이 되려는 비전이 절실하다.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항상 강대국이 되고픈 열망이 있다. 지도층은 힘과 도덕적 측면에서 인정받는 강대국 비전과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제시하면서 국민 설득과 힘 결집에 나서야 한다.”


- 한국 현대사에 혹시 비슷한 사례가 있나?


“노태우 대통령의 6공화국때 실현된 북방 정책은 창의적 비전을 가진 대전략(Grand Strategy)이었다고 본다. 냉전 종식후 미국도 세계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모르던 때, 한국이 창안한 북방정책을 미국도 크게 공감하며 수용했다. 박철언 의원이 비밀 팀을 만들어 용의주도하게 추진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일이었다.”


◇“北태평양 쿼드, C4 등 韓 창설·주도해야”

- 만약 대통령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라면 어떤 정책을 펼 건가?


“쿼드(QUAD), 오커스(AUKUS)에 가입하거나 유사한 협의체를 자유주의 강국들과 맺어 자유주의 세력 내 새로운 동맹·연대를 주도해 ‘강대국 클럽’에 들어갈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 IT 경쟁력을 지렛대로 퀀텀 컴퓨팅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뛰어난 국가들끼리 기술 연합체(coalition)이 가능하다. 이 기술 분야에 강한 미국·일본·캐나다와 함께 ‘북태평양 쿼드’(TPQ·Trans Pacific QUAD)를 만들 수도 있다. 거기서 퀀텀 컴퓨팅과 AI 관련 기술 공유와 윤리적 문제 등을 우리 주도로 논의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미국·영국·일본 등 세계 4개 대중문화 강국의 문화연합체인 C4, 즉 ‘컬츄럴 앤 크리에이티브 콜리션(Cultural & Creative Coalition)’도 가능하다. 4개국이 자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갖고 매년 ‘위아더 월드(We are the World)’ 같은 ‘정상 페스티벌’을 열어 자유민주주의의 강점을 세계에 발신하며 ‘매력(魅力) 공세’를 펴는 것이다. 이러면 한국도 자연스럽게 ‘강대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한국의 문화산업과 첨단산업을 세계에 마케팅하는 ‘문화 엑스포’ 같은 행사도 될 수 있다.”


- 국내 학계에선 왜 이런 큰 담론이 사라졌나?


“현실 문제에 ‘지적(知的) 치열함’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이다. 마키아벨리·루소·칸트·헤겔·마르크스 같은 사상가들은 모두 당시 현실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한 선인(先人)들이다. 한국 학자들의 정책 담론 수준이 충분히 사회과학적이지 못하고, 학계가 진영으로 갈라져 있다. 폴리페서들은 공부를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많은 학자들이 샐러리맨 기능인이 되면서 현실 문제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비판적 사고 없이 친목회(親睦會)처럼 행사를 여는 게 존재 이유의 전부인 학회가 너무 많다. 지식인과 전문가들의 발상이 대부분 국내 지향적이고, 주목할만한 전략이나 아이디어를 내면 음모론이나 인물평으로 해석해 본질을 가려 버리기 일쑤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영 이익·私的 이익 챙기는 진보좌파들”

- 한국내 사드 배치에 대한 지금 생각은?


“우리는 중국과 북한의 핵 미사일을 포함한 안보적 위협에 대해 사드를 포함한 모든 카드로 방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드 추가 배치도 해야 한다.”


- 올해 한 칼럼에서 진보좌파를 정면 비판했는데.


“자유·인권·민주화를 내세웠던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영 이익, 사적(私的) 이익 추구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부채(負債) 의식을 지웠다. 자신들의 철학적 기반인 인류보편가치를 버리고 중국·북한에 동조하는 행태는 민주화 세력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 학자로서 향후 관심사는?


“테크놀로지가 중요해지고 국제 정치의 변동성이 매우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 청년들이 살아갈 미래 모습에 고민이 많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남들이 안 하거나 못하는 연구와 전략적 사고(思考)에 주력하고 싶다.”



[조선일보,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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