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NATO 순방이 남긴 한국 외교의 기회와 과제 

  • - 이재승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및 국제대학 교수)


한국이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이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 공고화된 대서양동맹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 4개국과의 협력구도도 한층 더 가시화됐다. 한국은 NATO(나토)와 11개 협력 분야의 ‘개별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하며 신안보 분야의 공조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인태 파트너국가 간 회동을 통해 북한의 ICBM 문제를 포함한 역내외 안보 의제를 함께 논의하기 시작했다.


NATO는 그동안 한국 외교·안보에서 주된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와해되는 가운데 결정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과 북미 그리고 인태 지역의 안보를 서로 연계시켰다. 이제 강대국이 포함된 안보위기는 개별국가나 지역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의 정치·군사·경제적 대응을 필요로 한다. NATO와 인태 파트너국 간 논의에의 참여는 한반도에 함몰돼온 한국의 안보적 시각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시켰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국제질서 격변기에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넘어 가치외교에 방점을 찍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폴란드, 루마니아를 포함한 중·동구권과의 관계 증진은 향후 방위산업, 원전 및 첨단 산업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된다.


그러나 외교의 외연 확대라는 성과는 도전요인들을 관리할 큰 책임을 동반한다. NATO와 인태 파트너국 간 협력은 단기적으로 러시아, 중국 및 북한과의 대립구도를 심화시키고, 한국 기업들에도 많은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국가들과 지속적인 교류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면밀한 외교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 기업 및 전문가집단을 중심으로 민관 공조 체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NATO와 인태 파트너국과의 협력은 특정 국가에 대한 적대적 대립각을 세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어떤 가치와 목표를 중요시하는지에 대한 ‘원칙’의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 주권과 인권에 대한 옹호, 침략전과 핵 확산 방지와 같은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가별·상황별로 입장이 수시로 바뀌면 외교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한국의 협상력이 약화된다.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를 공고히 하고, 그것을 레버리지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이다.


이번 대통령 순방과 상반기에 진행된 여러 정상외교는 다방면의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팔로업이 약하면 한국이 펼쳐놓은 패는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NATO와 유럽, 특히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중·동구 지역에 대한 전문가 풀은 취약하다. 안보와 경제양 측면에서 관련 전문가 양성과 교류는 시급하다. 국내 및 현지의 행정적 인프라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 이제는 글로벌 차원의 큰 시각에서 한반도를 바라봐야 대북관계와 동북아 정세 대응 그리고 국제규범 창출에 유리함을 명심해야 한다. 외교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헤럴드경제, 2023-07-20]

http://news.heraldcorp.com/military/view.php?ud=2023072000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