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미일 새시대]⑧ 3국 정상회의, 연대의 '뉴노멀'… "미래 먹거리 함께 모색"

  • - 이근 (서울대 교수, 前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지난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의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간 연대의 '뉴노멀'이 마련됐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한일 양국의 '핵심기술'과 미국의 '원천기술'을 결합해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로부터 3국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구축됐단 것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는 23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엔 3국이 함께 '미래 먹거리'를 모색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시장의 정보기술(IT) 네트워크를 플랫폼화하는 게 요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라며 "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가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원천기술은 미국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한미일 연합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한미일 3국 정상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공동성명에 해당하는 '캠프데이비드 정신'을 비롯해 '캠프데이비드 원칙' '3국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개 문서를 채택했다.
 
3국은 이를 통해 전통적 협력 공간이었던 안보 분야는 물론, 공급망 연대 구축, 미래 핵심신흥기술 선도 등 사실상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협력 수준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미일 3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하는 데도 합의, 앞으로 '제2의 요소수 대란'과 같은 중국발(發) 공급망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 당국이 대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지난 2015년 내놓은 '중국 제조 2025'를 예로 들어 "중국은 주변국들을 자신들의 경제권 안에 포함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통해 지금 같은 강국이 됐지만, 자칫 중국의 경제권에 편입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 때문에 "기존 시장 질서를 지키려고 하는 소위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이해관계자)들이 여기저기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그리고 신생 소(小)다자 협력체인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등을 그 주요 사례로 꼽았다.
 
이 교수는 "그간 동북아시아에선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이른바 '미싱 링크'(missing link·계열 완성에 결여된 부분)였으나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미일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수호하는 연대 질서의 한 축이 형성됐고, 우리나라가 스테이크홀더의 주요 일원으로 참가했다는 건 외교적·역사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소위 '표준 패권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공지능(AI)과 양자·바이오·차세대 정보통신·우주 분야 등의 표준화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AI나 데이터 플랫폼 시장에서 그간 우리나라는 굉장히 뒤처져 있었다. 이제 다시 한미일 공조를 통해 다시 미래 산업 육성과 '시장 만들기'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질의응답 주요 내용.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1%를 차지하는 3국이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등 공급망 연대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그동안엔 주요 7개국(G7)이 '자유롭고 열린 국제시장'을 관할하는 스테이크홀더의 중심이었다. 이들 국가는 모두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 그러다 중 중국이란 새로운 강대국이 등장하면서 기존 시장 질서에 변경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중국은 기존 질서를 못마땅하게 생각해 외부 의존도를 줄이면서 주변국들을 자신들의 경제권 안으로 포함하려고 한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유라시아 광역경제권 구상) 정책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도 이와 관련이 있다.
 
결국 미국·유럽 등과 자신들의 경제권을 분리하겠단 게 중국의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의 호환성이 사라지고 시장 자체도 좁아진다. 또 각 시장을 중심으로 다른 표준·제도·규범이 생겨나 갈등이 발생하게 될 거다. 이 경우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통해 지금 같은 강국이 된 우리나라도 중국의 경제권에 편입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기존 시장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스테이크홀더들이 여기저기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나토와 EU, 그리고 쿼드 협의체와 오커스 등이 그런 예다.


그동안 동북아에선 한미일 협력이 '미싱 링크'였으나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 질서를 수호하는 '연대 질서'가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가 스테이크홀더의 주요 일원으로 참가했다는 건 외교적·역사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 링크가 다른 스테이크홀더들과 연결되면 공급망이 굉장히 강해질 수 있다.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로부터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의 성과 중 하나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단일시장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을 엮어 상부상조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중국은 그런 부분을 놓치고 있다. 현대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 중에선 '제도화'가 눈에 띈다.
 
 ▶'제도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정치세력이 바뀌었을 때 단번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도화만으론 연대의 영속성을 보장할 순 없다. 그러나 지속적 협력을 위한 하나의 장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제도화는 필수적이다. (정상회의) 정례화, 그리고 관련 규범과 여러 프로토콜을 (3국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선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 논의했다. 3국의 모든 정부 부처가 서로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 부처들이 계속 만나다보면 공동 사업을 모색하게 될 거다. 우리로선 미·일과 함께 '선진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이를 통해 우리 내부 개혁도 할 수 있고,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일을 해내기 위한 추동력도 얻을 수 있다. 한미일 협의체의 완성은 결국 우리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다.
 
따라서 한미일 3국이 협력하고, 호주·유럽과도 함께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 해가야 한다. 특히 요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시장의 정보기술(IT) 네트워크를 플랫폼화하는 거다. 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또 원천기술은 미국이 갖고 있다. 한미일 연합체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강력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종종 변화의 와중에선 그 변화를 보지 못하고 모든 게 지나간 다음에야 보곤 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와중에 그 변화를 볼 수 있어야 앞으로의 흐름에 맞춰 계획을 잘 짤 수가 있다. 이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미래의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아닌 이상한 곳에 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최근 한미일 3국 협력의 흐름은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 변화를 제대로 못 보면 강대국일 수 있었는데 미래엔 이상한 곳으로 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이러한 점에서 최근 한미일 3국 협력의 흐름은 의미가 있다.
 
 -한미일 3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AI·양자·우주 등 '미래 핵심신흥기술 선도'와 같은 '미래 먹거리'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자·AI의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지금부턴 그 표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공정한 오픈시스템을 만들지, 아니면 미 기업들에만 유리하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그동안 AI·플랫폼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굉장히 뒤처져 있었다. 이제 다시 한미일 공조를 통해 미래 산업 육성과 시장 만들기에 뛰어들어야 한다.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G7 혹은 그 이상 새로운 협력체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 그간 우리나라엔 한미동맹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미일 협의체란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이후엔 양자·AI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캐나다가 합류한 4자 협의체가 출범할 수도 있을 거다.


[뉴시스, 2023-08-24] 

https://www.news1.kr/articles/5149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