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맹의 국제정치 롤모델 한미동맹: 과거 70주년을 넘어, 미래 70주년을 향해 

  • -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보험의 중요성은 위기가 닥칠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나타나듯이, 동맹도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 소중함을 알게 되기 마련이다. 북한의 침략으로 6·25전쟁이라는 국가 생존의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은 동맹국이 부재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창설된 유엔군사령부 자유 전사들과 함께 싸워 북한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군이 물러났다고 이런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반성과 교훈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한미동맹이었다.


한미동맹은 한미연합사 등 한미 군 당국 간 협력을 촉진시키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여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높였을 뿐 아니라 한국의 군사력 현대화를 촉진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이를 통해 제2의 6·25전쟁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미동맹은 이와 같은 안보 차원의 기여뿐 아니라 한반도 안정을 통해 한국이 경제력을 신장시키는 데도 기여했다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1953년 10월 1일 워싱턴 D.C.에서 조인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은 한미동맹을 조약동맹으로 제도화함으로써 지금까지 70년간 지속 가능할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 물론 조인 당시 한국과 미국은 국력 차이가 컸기에 비대칭 동맹으로서의 속성이 내재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동맹이라는 점에서 분명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비대칭성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비대칭성 완화의 단초가 된 것은 1960년대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이었다. 베트남전 참전은 자유를 되찾아 준 국제사회에 대한 보답으로 베트남 공산화를 막겠다는 소임 의식 발현과 함께 한국도 일방적으로 미국의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이 필요로 할 때 도울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2000년대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을 돕기 위해 해외파병을 한 사례가 ‘의지적’ 차원에서 상호주의를 보여준 것이라면 이제는 ‘능력적’ 차원에서도 상호주의가 작동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군사, 경제 모두에서 세계 10위권 강국이 되면서 대칭적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2년 한미가 글로벌 전략적 포괄동맹으로 관계 설정에 나서고, 2023년 4월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서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발족시키며 한국형 확장억제까지 가동시킨 것은 과거와는 달라진 한미동맹의 위상과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높아진 것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53년 한국은 미국의 일방적 원조를 받아야 했던 국가였지만,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2023년 한국은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함께 수호하는 국가가 되었다.


지난 70년은 비대칭성에서 시작한 한미동맹이 대칭적 형태로 변화해 가는 선순환의 과정이었다. 이런 선순환이 2023년에 멈춰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먼저 북핵 고도화에 대응하는 첨병으로서 한미동맹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데 기초한다. 나아가 신냉전 구도가 강해지는 지금 인류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도전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지켜내야 할 국제기구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유사입장국과 함께 규칙 기반 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연대를 확장하고 이러한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앞장서야 할 위치에 있다.


이처럼 한미동맹이 해내야 할 숙제는 아직 많다. 따라서 이제는 앞으로 미래 70년을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지난 70년의 역사는 아무리 동맹이라도 그냥 놔두면 알아서 굴러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었다. 동맹도 관리가 필요하고 동맹이기에 더 높은 신뢰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하에 미래 70년은 한국과 미국이 이전보다 더 완전성 높은 대칭동맹의 틀을 완성한 후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로 무대를 확장하여 다양한 도전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는 지금의 정책적 의지를 제도화하는 진화의 길에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대칭동맹의 완성은 이러한 선순환을 촉진시켜줄 것이다. 미국은 강대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한국은 선진강국으로서 도약함으로써 ‘강대국-선진강국’이라는 대칭적 조합이 앞으로 70년을 규정짓는 한미동맹의 모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09-27] 

https://www.korea.kr/news/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920744&pageInde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