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 해외노동자, 벌이의 80~90% 김씨 정권에

  • -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지난 11월 16일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됐다. 지난 2005년부터 19년 연속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올해 대북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지난 11월 14일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났다. 지난해 7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로 임명된 이 대사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통일부가 미국에서 주최한 코리아 글로벌 포럼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 윤석열 정부에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5년 만에 임명했다. 정부의 기조가 달라진 것이라고 볼 수 있나. “지난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것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대사를 임명한 것이다. 원래의 법을 예정대로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2005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무소속)가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하고 2016년에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 2016년 당시 이정훈 교수(연세대 국제대학원)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맡아 1년의 임기를 마치고 이후 다음 대사 임명이 없었다. 이번 정부의 대사 임명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면, 윤석열 정부가 중요시하는 가치 기반 외교의 일환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 인권이라 말하고 싶다.”
 
 - 무엇을 북한의 인권유린이라고 볼 수 있나. “인권은 법적 기본권으로 의식주 해결과 존엄성 등을 포함해 아우르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주민들에 대한 다양한 인권유린을 저지르고 있다. 식량권, 정보권이 없는 것을 비롯해 정보유입, 자유행동, 자유발언을 통제하고 있다. 또 강제수용소 수용, 공개 처형 등도 인권유린에 해당한다. 재외 탈북자와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들도 인권유린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40여개국에 나가 외화벌이를 하던 약 10만명 정도의 해외노동자들은 벌어들인 돈 중 80~90%를 김씨 정권에 보내야 했다. 이들은 14~15시간의 부업과 강도있는 노동을 하는 아주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 대사는 “재중 탈북 여성들은 거의 인신매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실상도 강조했다. “탈북 여성들은 강제로 노동을 착취당하거나, 중국에서 원하지 않는 강제결혼을 당한다. 중국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해도 강제송환에 대한 두려움에 도망도 못 간다. 강제북송될 경우 고문을 당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서 살아야 하지만 자식하고 떨어져야 하는 강제적인 비극도 발생한다.”
 
 - 과거에도 강제북송이 있었는데 최근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600명가량이 왜 갑자기 크게 이슈화됐나. “엄청, 많이 그리고 한꺼번에 북송됐기 때문이다. 현재 2000여명의 탈북자가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데, 중국 정부에 이들을 강제북송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지속해서 해왔지만 얼마전 대규모로 북송했다. 이번 대규모 북송 전에도 간 보기 식으로 지난 8월 말에 80여명, 9월 초와 중순에 40여명을 북송했다. 중국은 예외 없이 이들을 불법체류자라고 칭하지만 아무리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송환 후 박해받을 가능성이나 근거가 충분한 경우 안 보내게 돼 있다. 국제법상 고문방지법, 난민법 저촉이다. 탈북 여성 대다수가 중국에서 결혼해 사는 경우가 많기에 가족 분리법 위배에도 해당한다.”
 
 - 이번 건의 경우 중국에 제재나 징계, 소송을 등을 가할 수 있나. “국제 소송을 건다면 북한 내 증인도 필요하고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하기에 아직은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이보다 우리는 중국과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외교(Quiet Diplomacy)’ 또는 ‘느리고 인내하는 외교(Deliberate Diplomacy)’를 통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당신들의 ‘레드라인’이 있듯 우리도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탈북 후 중국인과 결혼한 북한 주민의 자식들은 중국 시민권자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에 어필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싶다.”
 
 -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가 외교관계에서 압박으로 비쳐 중국이 반감 또는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 정부도 글로벌 리더로서 북송에 대한 국제적 비판과 북한과의 관계 두 가지를 놓고 저울질할 수 있다. 탈북 북한인을 한국으로 모두 귀순시킬 경우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나오고 싶어해 북한 체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점도 생각할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중국이 한국으로 탈북민들을 많이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 또는 미국과의 관계가 괜찮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
 
 -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핵 문제는 결코 뗄 수 없다고 강조해왔는데 인권 문제와 안보 우려는 어떻게 연결되는 사안인가. “북한에서 대략 연간 쌀 약 80만t 정도가 부족해 식량난을 겪는다고 한다. 북한에서 작년에 7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발사 비용이 쌀 100만t에 해당한다는 통일부의 발표가 있었다. 북한의 식량난은 결국 안보 위협과 연관되는 것이다. 북한의 무기개발에 들어가는 것은 자본줄과 육체노동이다. 금융노동은 사이버 해킹이나 해외노동자들 착취에서 나오고 육체노동은 공포심 조장과 강제동원에서 나온다. 결국 북한이 군사력 강화를 위해 식량으로 쓰일 자원을 점용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 북한 정권이 핵 실험을 하면서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도 든다. “영변에 있는 핵시설이 지금 노후화됐다는 얘기들이 많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 비싼 피폭 보호복 등 보호장비를 지원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영변에 있는 과학자, 고위 관리들, 군인, 청소 노동자들이 피폭됐을 확률이 높다. 그 옆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근처 거주 주민들도 피폭 가능성이 있다. 6번의 핵실험 동안 갱도 지하작업, 청소 등에 정치범들이 강제 동원됐고 (피폭) 위험성을 알면서도 묵과하고 투입했다면 큰 인도적 범죄다. 우리나라의 탈북자 가운데 약 1000명 정도가 풍계리 근처에서 왔는데 통일부가 피폭 전수조사 중에 있다.”
 
 - 피폭 전수조사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을 때 국제사회랑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뭔가. “피폭의 경우 세계보건가구(WHO), 유엔인권위원회(UNCHR) 등 유관기관들과의 협조 아래 유엔 총회 결의안이나 규탄안을 넣어서 국제사회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과 지정학적으로 근접한 중국 역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중국 영토에도 해가 끼칠 것을 인지하면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북한 인권 문제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나.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국가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정부는 지속해서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유린을 지적해왔다. 한국 역시 북한 인권에 대해 국제적으로 발언할 때 다른 국가들의 인권 문제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본다. 내년은 한국에 있어 소중한 기회다.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미·일이 동시에 해당 논의를 할 텐데 북한 인권과 북핵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제 인도적 위기와 다른 국가의 인권 문제도 같이 얘기해야 한다.”
 
이 대사는 인터뷰 말미에 “‘비욘드 유토피아’ 등 탈북 관련 영화들이 이미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피폭 문제에 관한 영화도 제작되기를 바란다”며 “아이돌이나 유명 배우, 가수 등도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굿윌 앰배서더 같은 활동을 해준다면 한류를 통해 훨씬 더 북한 문제를 개선하고 주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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