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北 ICBM 발사에 무기력한 UN안보리,국제적 쿠데타에 복합전략 필요

  • -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북한이 SRBM(단거리탄도미사일)도발에 이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에까지 나섰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는 다시 한번 별다른 대북조치 없이 무기력하게 종료되었다. 2023년은 북한이 역대 최다 ICBM 발사를 기록한 해로 기록되었다. 따라서 규칙기반 질서를 와해하는 북한의 도발강도가 가장 강한 상황에서조차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규탄과 강경조치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신냉전 구도를 역이용한 결과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은 북한을 두둔하고 있고, 러시아는 두둔을 넘어 북한과 대놓고 불법거래를 하고 있다. 이는 현상변경시도 국가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파괴를 위한 국제적 쿠데타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신냉전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명확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독재진영의 이러한 반란에 맞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자유진영의 노력은 현재 강건한 상태일까? 그리고 앞으로도 더 강해질 수 있을까? 2023년에 자유진영은 유엔 안보리 개점휴업 상태로 인한 국제안보적 공백을 막아내기 위해 G7, 나토, 소다자 연대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일부 국가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유라시아 전선을 지켜내지 못하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붕괴된다는 현실인식 만큼은 여전히 공유되고 있다.
 
 자유진영은 현상변경국가의 경제적 강압에 대처하기 위해서 집단적 경제안보를 정책화하는 심도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자유진영의 이러한 노력에 단순히 기여하는 차원을 넘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한국은 AP(Asia Pacific Four)의 일원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하여 유럽의 안보와 아시아의 안보를 융합시키는 기제를 선도했다. 특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출범한 한미일 안보 아키텍처는 한국의 적극적인 주도로 가능했다. 민주주의가 퇴색되고 있는 국제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다른 4개국과 함께 공동으로 주최했고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한국이 주도하여 개최하기로 한 가운데 다부지게 준비 중이다.
 
이런 점에서 2023년에 한국을 포함한 자유진영의 이러한 결집은 나름 강건함을 유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집의 노력 만큼이나 성과도 있었을까? 자유진영은 북러 불법거래에 대한 엄벌은 아주 미진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중동발 전쟁을 억제하지 못했다. 더욱이 자유진영에 속한 이스라엘조차 자유진영의 리더인 미국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가자지구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북한 포탄이 사용되는 기이한 모습이 이제 일상화될 정도로 자유진영이 독재진영 쿠데타 시도를 막아내기 버거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한마디도 2023년은 자유진영의 결집을 나름 잘 가동되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24년은 결집 그 자체 뿐 아니라 성과도 나아질 수 있을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성과’는 고사하고 되레 ‘결집’조차 낮아질 수 있다. 그 배경은 국제변수가 아니라 국내변수에 있다. 2024년에는 자유진영의 주요 국에서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2024년에는 대만 총통선거, 일본 총리 선거, 한국 총선, 미국 대선 등이 국내 정치 이벤트가 대거 포진되어있다. 특히 미국 대선 변수는 일부 국가나 지역을 넘어 국제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트럼프 재선 변수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미국조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에서 멀어지고 미국 국익 수호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비핵화와 북핵 대응 억제 기조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북한이 각종 도발에 나서고 정권을 차지한 트럼프는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극단의 강한 메시지로 대처하다가 대결의 정점에서 ‘핵동결-제제완화’라는 핵용인 카드를 던질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받는 구도가 되고 핵무기가 없는 한국은 핵 협상에서 배제되면서 낙동강 오리알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국제적 차원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막아내지 못하면 규칙기반 질서에 금이 갈 수 있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24년은 한국에게 가장 높은 수준의 복합전략이 요구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자유진영의 결속력 약화, 동맹의 결속력 변화, 북한의 핵보유 공식화 등 2023년에는 큰 도전이 아니었던 것들이 크게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상기와 같은 상황의 현실화 가능성을 복합전략 공식에 포함해야 하는 해야만 될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복합전략 요구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다양한 방책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려운 방정식이라고 외면하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복합전략 공식을 적시적으로 준비해 둘 필요성은 자명하다. 2024년에 우려 했던 변수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기존의 방책을 이어가면 되고, 변수가 실제로 부상하는 경우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전략 공식을 만들어나가는데 NCG(한미핵협의그룹) 등 2023년에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플랫폼을 빠르게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재고의 여지도 없다. 이와 동시에 한미일 안보 아키텍처, 지평이 대폭 확대된 한국의 외교,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기회 등을 복합전략 공식에 어떻게 담아낼지도 구상해야할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2023-12-23] 

https://www.fnnews.com/news/202312220955304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