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러 위험한 거래, 한·미·일과 한·중·일로 막아야

  • - 김성한 (前 국가안보실장,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북·중·러 관계가 유라시아의 ‘위험 삼각(danger triangle)’으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고자 오랜 기간 북한-중국-러시아 간 삼각 연대를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최근 러시아가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북·중 친선에 북·러 협력이 더해졌다. 급기야 러시아는 중·러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을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의 기저에는 북·러 군사 협력이 자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성과를 위해 러시아가 군사 지원을 노리고 북한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불법’ 군사 지원의 대가로 ‘결정적’ 군사기술 지원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전략적 퍼즐’을 완성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북한은 핵탄두 수를 최대한 늘려가면서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완성하게 되면 미국이 결국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러면 미·북 대화를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으로 변질시켜 일정한 시점에 북한의 ICBM을 폐기하는 대신 최소량의 핵탄두 보유와 미·북 수교를 받아내게 되면 대성공이다. 핵무기와 미·북 우호를 통해 ‘김씨 왕조’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쏜 ICBM의 핵탄두가 대기권을 벗어난 후 재진입(re-entry)하여 (마하 20 이상으로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7000~8000도의 마찰열을 견뎌내고 탄도를 유지해 워싱턴이나 뉴욕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원한다. 미국 서부 해안 쪽으로 잠항해 핵 공격을 가할 원자력 잠수함과 정찰위성의 해상도를 높이는 광학 기술도 기대할 것이다.


2023년 하반기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제 무기가 발견된 데 이어 최근에는 북한의 포탄 지원이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2백만 발의 포탄 생산 능력을 가진 러시아에 북한 포탄 수백만 발이 갔다면 대규모 지원이다. 북한산 미사일 잔해도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되고 있다.


북·러 군사 협력의 향배는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달려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우방국들의 지원이 확대되면 북한의 지원이 절실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북한에 ‘결정적’ 군사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1월 26일 러시아 외무부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군사 지원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온 것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가 북한에 결정적 군사기술을 지원하겠다는 협박으로 들린다. 그러나 조속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싶더라도 러시아가 한미 동맹을 향해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폭풍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러 연합훈련에 북한을 참여시키자는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중국은 묵묵부답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자제하고 있다. 중·러 연대가 그토록 단단하다면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해야 하나 ‘상황 관리’가 우선이다. 중국은 21세기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유라시아의 안보 환경이 러시아로 인해 요동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러시아로 인해 약화하는 것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중국은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구도는 한중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러 관계가 금지선(red line)을 넘지 않도록 두 개의 삼각관계를 가동해야 한다. 하나는 한·미·일 안보 협력이고, 다른 하나는 한·중·일 삼국 협력이다. 한·미·일은 러시아가 북한에 결정적 기술을 제공할 경우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러시아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한일 양국은 중국과 긴밀히 협의해 한·중·일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북·러 밀착을 견제해야 하는 중국에도 긴요하다. 북·러 군사 협력이 선을 넘을 경우 한·미·일 안보 협력이 예상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북·중·러 삼각관계로부터 빠져나오도록 해야,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거래를 막을 수 있다.


[조선일보, 2024-03-01]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4/03/01/JHIP5NROIVEWBDS2SAUOP5BO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