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미·중 3각 방정식 직면한 한국…자강과 연대, 포용 ‘3대 기둥’ 필요”

- 이신화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및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 와해와 동시다발적인 전쟁으로 ‘신냉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자강·연대·포용이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외교안보 전략을 취해서 생존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국익을 위해 외교안보 관계를 기능 중심으로 적극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4일 니어(NEAR)재단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혼돈의 국제질서와 대한민국의 길’이라는 주제의 ‘2026 니어 국가전략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국내 최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을 토의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현재 국제 정세에 대해 “자유주의 국가들은 분열되고, 공산·사회주의·전체주의 국가들은 새로운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한국은 동맹의 우산이 약화되는 데 상응하는 자강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맹과 연대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한미관계나 한중관계를 넘어 한·미·중 3각 매트릭스의 관계 방정식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상현 전 세종연구소장은 “미국은 이제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거래적 강대국, 약탈적 패권국으로 변화했다”고 짚었다. 이 전 소장은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신중한 헤징’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헤징을 확대하기 위해 자강, 연대, 포용이라는 세 기둥으로 된 전략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대 또는 동맹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유대를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포용 또는 균형은 의견이 덜 일치하는 국가들로 한국 외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중견국 연대를 주도하기에 최적의 나라”라며 “다만 중견국 간 연대가 한국의 외교안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중견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중견국과 네트워크에 힘을 실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의 진정한 도전 과제”라고 했다.


토론에 나선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은 “현재 전환기의 가장 깊은 진실은 어느 단일 강대국도 질서를 홀로 공급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힘은 부족하고 중국이나 러시아는 그 공백을 메울 능력도 신뢰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그 공백은 그것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중견국들의 사안별 연합에 의해 부분적으로 메워질 수 밖에 없다”며 “한국에게 이는 위기인 동시에 역할의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첨단 기술 역량과 동맹 신뢰성,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와의 가교 자산을 결합하면 질서의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조성자로 전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소다자주의는 정체성 만이 아니라 기능과 원칙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주의사항’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배타적인 블록은 역효과를 초래한다”며 “예를 들어 반중·반북 블록이 아니라 공급망 안정, 사이버 회복력을 위한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게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안정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군사 안보는 동맹 중심, 경제·기술안보는 파트너 다변화, 기후·개발의제는 글로벌 사우스와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다자주의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맹점이 있다”며 “결합의 동력인 ‘이익의 공통성’이 참여자가 많을수록 느슨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천 전 수석은 “양자 관계가 그런 측면에서는 가장 강력하다”며 “광물, 안보 등 이슈 별로 협력하는 국가들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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