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빅터 차 "韓이 우크라 지원 안 하면 러가 北지원 중단할 수도"
- 빅터 차 (美 CSIS 한국석좌)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약화할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면, 그중 하나는 러시아가 한국에 폴란드를 경유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차 석좌는 워싱턴 DC의 외교·안보 싱크 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기금(CEIP)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런 말을 하게 돼 유감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과 러시아 간 유대를 어떻게든 약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에 포탄을 수십만 발 대여하는 식으로 사실상의 간접 지원을 하고 있다.
차 석좌는 이날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모로 크리스마스 아침과도 같았다”며 이를 계기로 북·러 간 협력이 북한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현재 필요한 모든 생필품을 확보했고 새로운 인프라가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내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국의 주요 기업이 “쫓겨나면서 모든 것을 잃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관심이 있지 않냐”라며 “적대 행위가 중단된다면 러시아가 샹트페트르부르크에서의 제조업 재개 등을 대가로 한국 측에 일련의 조건을 제안하는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사회자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는데, 차 석좌는 “우크라이나 관점에서 볼 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지만 이것도 현실의 일부”라고 했다.
차 석좌는 미 조야(朝野)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로 대북 강경론자로 꼽혔지만, 최근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에서 북한 비핵화가 단기간에 달성이 어려워졌음을 인정하고 북한과의 ‘차가운 평화(Cold Peace)’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석좌가 속한 CSIS는 외교부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고, CSIS는 지난 5월 수장이 지한파(知韓派) 존 햄리에서 조셉 던퍼드 전 합참의장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날도 “북한의 명확한 목표는 영국, 프랑스와 같은 규모의 핵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현재 약 50기를 보유하고 있고 50기를 더 제조할 수 있는 충분한 핵 분열 물질을 확보하고 있어 총 100기 정도를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차 석좌는 “모두가 북한이 불투명하다고 말하지만 핵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투명하게 행동했다”며 “기술적 의문점이 남아 있지만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 건 정보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론화된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비핵화는 당분간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이를 잠시 뒷전으로 미루고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서 더 ‘실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석좌는 과거 협상에서는 비핵화가 아닌 핫라인 설치, 핵 분열 물질 생산 금지 같은 ‘위협 감소’ 조치들이 “상대방에게 사실상 굴복하고 항복한 패배로 여겨졌다”며 “우리는 이를 패배가 아닌 매우 실용적인 조치로 봐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2026-07-03]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6/07/03/QM4KHFGODRFETCZROMIE2HLRWA/